[대학탐방/산기대]“산업기술대는 취업으로 끌고 창업으로 밀어주는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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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캠퍼스 꾸리는 이재훈 총장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21일 경기 시흥시 산기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우리 대학에 오면 큰 걱정 없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산업기술대 제공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21일 경기 시흥시 산기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우리 대학에 오면 큰 걱정 없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산업기술대 제공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 시흥·안산 스마트허브(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 이재훈 총장(61)은 산업자원부 및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오랜 공직 생활을 거쳐 2014년 2월 산기대 총장으로 대학에 왔다. 공직 생활은 30년 이상했지만 대학 총장으로서 근무한 기간은 2년 여에 불과하다. 그러나 21일 산기대 총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 총장의 머릿속은 학생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총장은 가슴이 울컥했던 사연부터 털어놓았다. “사실 이전까지는 경제 관료적 생각이 없지 않았어요. 그런데 입학식 때 오신 학부모들의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학부모들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을 정말 잘 가르쳐 각 분야 최고의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위한 학교의 정책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적어도 우리 대학에 오면 큰 걱정 없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학교가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라고 말했다.

○ 교수·기업·교육과정 3박자로 취업률 1위

산기대 취업지원센터 조사 결과, 이 대학의 지난해 취업률은 77.6%로 5년 연속 수도권 대학 중 1위다. 전공일치도가 85.9%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인 독일과 핀란드 수준이다. 정규직 취업 비율이 91.2%, 100인 이상 우량 중소·중견기업 취업률이 85.0%에 달해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이 총장은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 학교 주변의 수많은 기업, 현장 위주의 교육과정 등이 그런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8년 대학이 설립될 때 중소기업들은 자금이나 판로 개척보다 4년제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를 데려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더욱 원했다”라며 “중소·중견기업의 이런 희망 사항을 반영해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산기대가 설립됐고, 학생들에게 현장 위주의 교육을 해서 졸업 이후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개발 주역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기대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4학점 320시간 이상 현장 실습을 해야 하고 4년간의 교육 성과를 일종의 졸업 작품인 ‘캡스톤 디자인’으로 구현한다. 매해 10월 학생들의 작품을 경진대회 형식으로 전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기술력을 기업에 세일즈하고 취업으로 연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한 여학생은 도로의 싱크홀을 추적하는 장비를 캡스톤 디자인 작품으로 출품했다. 이를 눈여겨본 한 기업이 기술료를 지불하고 이 기술을 구입했고, 작품을 낸 여학생은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 총장은 뛰어난 산기대 취업의 비결 중 하나로 ‘엔지니어링 하우스(Engineering house)’를 꼽았다. 교수 연구실과 학생 실습실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엔지니어링 하우스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교수의 연구, 학생의 실습, 기업의 연구개발(R&D)이 동시에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이 총장은 “교수, 학생, 기업이 특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학생은 배우고, 교수는 연구하고, 기업은 프로젝트의 산물을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라며 “다른 대학에서는 대학원에 가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3학년부터 이런 기회가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학생들과 직접 접촉하며 우수한 학생들을 ‘입도선매’한다는 설명이다.

산기대는 ‘가족회사’라는 타이틀로 주변의 4000여 개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가족회사들은 생산 현장에서 생기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면 학교에 해결을 의뢰하고, 학교는 학생들의 현장 실습을 가족회사에 맡긴다. 또 기업의 기술 개발 인력과 산기대 교수들이 합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상시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산기대의 ‘유캔(U-CAN) 시스템’도 취업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은 “3학년이 되면 교수가 학생들의 적성, 학업 성적 등을 토대로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상담하고 조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며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을 통해 취업의 질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기대는 12개 학부별로 컨설턴트를 배치했고, 2월 고용노동부 사업으로 수주한 창조일자리센터에도 1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학생들이 분야별로 상담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 ‘기업가적 대학’ 추세 맞춰 창업 적극 지원

이 총장은 산기대를 ‘취업으로 끌고 창업으로 밀어 주는 대학’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창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총장은 “요즘 세계적으로 대학의 개념이 ‘연구 대학’에서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 university)’으로 바뀌고 있고, 미국도 그렇게 가고 있다”라며 “스탠퍼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최우수 졸업생은 취업보다 창업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기업가적 정신을 함양하고 대학은 학생의 연구나 성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일부에서 대학생의 창업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 총장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학생 시기의 젊은이들이 창업한 세계적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죠. 창업은 포괄적인 형태로 젊은이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것입니다.”

산기대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KPU(산기대) 글로벌 산학협력센터’를 개소했다. 이 총장은 “국내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와 투자를 받고 마케팅을 해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창업의 테스트베드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라며 개소 이유를 설명했다.

산기대는 앞으로 교수를 산학협력센터에 파견해 미국의 최신 창업 동향을 살피고, 학생들도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경험을 쌓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총장은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2, 3년 뒤에는 100억 원 정도 가치를 가진 기업이 탄생하는 성공 스토리를 꿈꾸고 있다”라며 “이것이 성공하면 우리 학생들이 창업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산기대는 창업지원본부를 신설해 ‘이매지네이션 하우스(Imagination House)’로 이름을 붙였다. 이곳에서는 창업에 관련된 교육부터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최근 5년간 산기대에서 총 150건 정도의 창업을 했고, 상당수는 산기대 졸업생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징검다리 교류회’도 산기대의 창업을 돕고 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와 재학생을 연결시켜 선배의 경험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총장은 “창업을 하다 보면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할 수 있는데,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용기를 북돋우고, 재기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취직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라며 “창업에 실패했더라도 사회에서 용인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학생들이 후츠파(chutzpah·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을 일컫는 말)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달려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후츠파 정신 가득한 행복한 학교

산기대는 2018년을 목표로 제2캠퍼스에 ‘하드웨어 스타트업 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2캠퍼스를 창업 전초기지로 사용하겠다는 것. 창업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공간이 필요한데, 이곳에 수십 개의 실험실 공간을 만들어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비를 공동으로 쓸 수 있도록 장비 센터를 만들고 분야별로 교수들이 지도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기로 했다.

이 총장은 취임 이후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토론 학습을 위한 교내 스터디라운지도 갖췄다. 또 물리실험실과 화학실험실 등도 리노베이션했다. 여기에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해 제2 기숙사를 짓고 있다. 현재 기숙사 수용률은 20% 정도로 수도권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14%)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아 110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고 있다.

또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공과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인성교육연구소’를 열었다. 이 총장은 “기업에서도 공학적 지식보다 사람의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라며 “지난해부터 인성교육을 교과 과정에 반영하는 등 ‘휴먼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이재훈 총장 약력 ::
 
△1955년 광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1978∼2007년 2월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2007년 2월∼2008년 2월 산업자원부 제2차관

△2008년 3월∼2009년 1월 지식경제부 제2차관

△2014년 2월∼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시흥=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국산업기술대학교#산기대#스마트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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