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울린 유명 입시업체 과장 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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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학습지 약속한 자료 안보내… 환불요구에 “배송 안된 것만 물겠다”
논란 커지자 뒤늦게 “전액 환불” 사과

‘대치동 적중 자료 그대로, 1년 내내 집으로!’

지난해 12월 국내 유명 대입전문 교육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월간 학습지 광고 글을 본 김성진(가명·18·당시 고교 2학년) 군은 부모님을 졸라 구독을 신청했다. 광고대로라면 번거롭게 학원에 가지 않아도 ‘서울 강남 대치동 국어 1타(수강생이 가장 많은 강사)’의 현장 강의자료를 모두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개월 치 구독료가 약 30만 원으로 학원 수강료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2월 말 배송된 3월호 학습지에는 업체가 약속한 내신 대비용 자료인 ‘EBS 교재 막강분석집’이 들어있지 않았다. 김 군의 항의에 고객센터는 ‘제작이 지연돼 5월호에 제공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지난달 22일 도착한 5월호에도 이 자료는 없었다.

피해자는 김 군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2, 23일 이틀간 업체 홈페이지와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카페에는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던 한 수험생은 “이 자료만 기다렸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업체는 EBS 교재 막강분석집뿐 아니라 다른 현장 강의자료 일부도 보내지 않았다. 월별 제공 자료 목록이 적힌 5월호 커리큘럼에서는 자신들이 제공하기로 한 강의자료 목록을 슬쩍 지우기도 했다. 이모 군(18)은 약속한 강의자료를 보내지 않은 책임을 묻기 위해 전액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업체 측은 ‘지금까지 배송된 학습지를 뺀 나머지만 돌려주겠다’고 발뺌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약 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3위를 기록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업체는 지난달 23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업체 관계자는 “자료 제공 여부를 두고 학습지 제작을 맡은 강사와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늦게나마 모든 자료를 배송했고 원한다면 전액 환불을 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태의 경위를 설명하지 않은 채 수험생의 항의 글을 삭제하며 사태를 덮으려는 업체 측의 행태에 수험생들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김 군은 지난달 30일 EBS 교재 분석 자료를 받았지만 중간고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수험생#입시업체#과장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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