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100] “실질적 취업률 100%” 학생들 실력 얼마나 좋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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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 치위생학과 임현아 씨(4학년)는 올 1학기에 전공 필수인 ‘임상 실습’ 과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1학년 남학생을 관리해준 뒤 “고맙다”란 말을 듣고 가슴이 뿌듯했다. 임 씨는 “관리 대상 남학생이 처음에는 ‘치과의사도 아닌데 얼마나 잘하겠어’란 표정으로 치위생 관리에 응했는데 치석과 치태를 꼼꼼히 제거해 주고 올바른 칫솔질 방법까지 알려주자 태도가 변했다”며 “마지막 진료가 끝난 후에는 치약과 칫솔까지 선물했다”고 말했다.

남서울대 학생들은 매년 봄, 가을 학기가 시작하면 치위생학과 건물 앞에 줄을 선다. 치위생학과가 주관하는 ‘이사랑 데이’에서 구강건강관리 대상자로 뽑히기 위해서다. 2005년부터 시작한 ‘이사랑 데이’에서 학과 실습에 필요한 환자로 선발되면 한 학기 동안 꼼꼼하게 치아관리와 구강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올 1학기 ‘이사랑 데이’ 때도 300명의 학생들이 대상자로 선발되는 행운을 잡았다. 남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치위생학과의 관리가 일반치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치과위생사 면허도 따지 않은 학생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줄까지 서가며 대상자로 선발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치위생학은 치과의료와 구강보건 분야에 필요한 전문인을 기르는 학문이다. 치과위생사 면허증을 따면 보건직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치과병원, 구강용품 및 치과기자재 회사 등에 들어가 제품 개발과 마케팅, 영업 등을 담당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치과위생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치위생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연봉도 7만~8만 달러나 되는 고소득 직종이다. 유에스 뉴스앤드월드 리포트는 2015년 미국의 10대 유망 직종을 꼽으며 치과위생사를 5위에 올려놨을 정도다.

남서울대 치위생학과는 국내 4년제 치위생학과로는 두 번째로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조영식 교수는 “남서울대 치위생학과는 ‘미국식 치위생학 교육모델+치과대학 커리큘럼+임상실습’을 융복합한 커리큘럼으로 국내 치위생학의 교육 모델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식 치위생학 교육 모델이란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와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와 별도로 환자와 약속을 잡고, 전문적인 치위생 진료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치과위생사가 치과 진료나 환자 상담·교육 등을 맡고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해서는 영역이 넓지 않다. 선진국 치과대학 커리큘럼은 ‘저학년 기초’, ‘고학년 임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학과도 그렇다. 1, 2학년 때는 임상 진료에 필요한 구강해부학, 구강생리학, 병리학, 조직학 등을 배운 후 3학년 1학기까지 임상치위생학, 임상치과학 등의 임상과목을 듣는다. 3학년 2학기부터는 교내 임상실습실에서 환자 증례 실습을 하며 개인 치과병원, 치과의원, 치과대학 병원 등에서도 임상실습을 한다.

학과의 실습은 철저하다. 학생들은 3학년 여름 겨울 방학과 4학년 여름방학 기간에 16주 동안 개인치과 실습을 이수해야만 ‘임상실습 1·2·3’을 들을 수 있다. 3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 임상실습을 한 학생만이 3학년 2학기 ‘임상실습 1’을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학과가 실력 있는 치과위생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개인 치과 실습은 일종의 인턴십으로 본인이 실습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과목은 ‘이수’ 혹은 ‘탈락’으로 평가를 받는다.
강남선 씨(4학년)는 지난 겨울방학 때 글로벌 장학생으로 선발돼 캐나다 명문인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치위생학과와 밴쿠버 개인 치과 병원에서 2주간 현장실습을 경험했다. 그는 “견학과 실습을 통해 실력을 많이 쌓았다. 캐나다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치주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었다”며 “역할의 범위가 넓은 캐나다의 치과위생사 제도의 일부라도 국내에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위생학과 학생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실습실에서 임상실습을 한다. 이 대학 임상실습실은 실제 치과병원의 공간과 대학의 실습교육 시설을 기능적으로 통합한 400㎡ 크기로 시청각 강의실과 진료실을 연결해 이론 강의와 임상실습을 동시에 할 수 있다. 2005년 학술대회 참가차 방문한 미국 브리지포트대의 맥 자이언트 교수는 이 학과의 임상실습실을 보고 “공간 구성이 훌륭해 우리 대학의 실습실 리모델링 때 참조하겠다”고 감탄했을 정도. 진료실 또한 국내 치과대학 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치과용 유닛체어 16대, 구취 측정기 4대, 위상차 현미경 4대, 세균배양기를 비롯해 디지털 파노라마 촬영실, 표준 방사선실, Q-ray 촬영실, 감염관리실 등 치위생 교육과 예방치과진료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멀티현미경, 디지털현미경, 광학현미경(20대) 등 뛰어난 장비 덕에 남서울대 치위생학과는 국내 치위생학과 중 유일하게 조직발생학과 병리학 수업에서 현미경 실습을 하고 있다.

학교는 치위생학과를 간판 학과로 키우기 위해 학과 개설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학과가 들어있는 컨벤션센터는 최첨단 시설로 치위생학과와 대학원만 사용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 덕에 학생들은 실습용 마네킹 등을 이용해 개인별로 임상의 모든 과정을 실습할 수 있다. 또 30대의 컴퓨터를 갖춘 통계·건강보험 실습실에서 행정 업무를 익히기 위한 실무 교육도 받고 있다.

충실한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에 대해 시장은 호의적이다. 양정아 씨(09학번)는 뉴욕모아 치과에 근무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뉴욕모아 치과 이진환 원장은 “남서울대 치위생학과를 나온 치과위생사가 두 명 근무 중인데 기본기가 잘돼 있고 배우려는 자세도 좋다”고 말했다. 이 학과 졸업생들은 2010년부터 6년 연속 이론과 실습능력을 평가하는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에서 100% 합격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쪽지시험을 치르고, 결강하는 학생들에게 과 사무실에서 전화를 거는 등의 철저한 학사관리가 한몫했다.

학과는 2013년 국내 최초로 학·석사 연계과정과 석·박사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학·석사 연계과정이란 전문대학(3년제)을 졸업한 학생이 편입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코스. 조영식 교수는 “임상 경력을 쌓은 치과위생사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시간 낭비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 학과 대학원에는 석사과정 30명, 박사과정 10명이 재학 중인데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조 교수는 “이론과 실무를 겸한 교육에 더해 석·박사 과정까지 일관된 교육체계를 갖춤으로써 남서울대 치위생학과는 양질의 치과위생사 배출과 치위생학 전문 교원 양성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의 수준 높은 교육은 뛰어난 교수진 덕분이다. 교수 5명의 전공이 치위생학 교육에 필수인 치의학, 치위생학, 생물학을 포괄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조영식 교수와 임순연 교수는 15년 이상의 치과의사 임상 경력을 갖고 있고, 배현숙 교수와 이수영 교수는 치과위생사 임상 경력이 있다. 이재기 교수는 구강악안면 해부학 전공으로 구강생물학 영역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이 학과의 매뉴얼을 바탕으로 임상치위생학 통합교과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는데 배현숙 교수가 편집위원장으로 참여했다.

학과의 2012~2014년 평균 취업률은 76.8%이지만 조영식 교수는 “실질 취업률은 100%”라고 말한다. 취업할 의사만 있으면 100% 취업할 수 있는데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 준비 등으로 교육부 취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치위생사의 초봉은 연봉 기준 2200만~2400만 원 선. 학과의 2014년 장학금 지급률은 92.5%, 평균 지급액은 연간 520만 원이었다. 입학 정원은 40명으로 수시에서 27명, 정시에서 13명을 선발한다.

천안=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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