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교양인 아닌 전문인력 필요… 중고생 SW교육, 현장엔 도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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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빚에 짓눌린 청년들]
정부 ‘SW 인재양성 계획’에 대학-IT업계는 시큰둥
“대학 SW학과 기피현상 심한데
SW중점대학 육성은 탁상공론… 차라리 SW인력 처우개선이 효과”

최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정책에 대해 정작 대학과 정보기술(IT)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중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코딩을 가르치고, SW중점대학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SW 관련 학과의 암울한 상황이나 업계의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SW학과 진학 꺼려…대학서는 전과 속출

1990년대 중반 벤처 창업 열풍을 타고 인기가 치솟았던 컴퓨터공학과 등 SW 관련 학과는 2000년대 초반부터 거품이 꺼지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정원이 55명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KAIST조차 전산학과(정원 50명)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학생을 다 채우지 못했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윤서 씨는 “고3들 사이에서도 컴공(컴퓨터공학)은 가장 기피하는 전공”이라며 “개발자(프로그래머)가 돈을 잘 벌지 못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호 씨(연세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는 “공대에서 전과율이 가장 높은 학과가 컴퓨터공학과”라고 말했다.

초중고교에서 SW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학생 변정 씨(상명대 컴퓨터학과)는 “실제로 프로그래머에게 중요한 것은 코딩보다 수학적 사고능력”이라며 “어린 학생들에게 실무적인 코딩을 가르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박선영 씨는 “대학 전공자도 4년 내내 배워 겨우 따라가는 코딩을 초중고교에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IT업계도 불만


정부의 처방이 업계의 필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IT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코딩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바일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채정우 씨(28)는 “SW 분야는 기본을 아는 교양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수년간 집중적으로 공부한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라며 “초중고교에서 SW 교육을 강화하는 게 취지는 좋은데 현실적으로 업계에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SW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아니라 업계 상황과 프로그램 개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왔다. SW 제작 스타트업 업체 제이디랩의 양주동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선 학원에서도 이미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라며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버는 열악한 개발자가 대부분인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고급 SW인력 양성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준영 인턴기자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sw#인재양성#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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