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특급 ‘반수생’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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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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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입 최상위권 고3·재수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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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범대 1학년인 A 씨는 최근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대학을 다니며 대입을 다시 준비하는 것)를 결심했다. 그는 고3 내내 모의고사에서 전국 상위 1% 성적을 유지했지만 의대 진학에 실패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B형에서 한 문제만 틀렸으나 쉽게 출제된 탓에 2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서울대에 입학하긴 했지만 의대 진학이 목표라 1학기를 마치면 수능 공부를 시작할 생각”이라면서 “같은 과 1학년 중 반수를 마음먹은 친구만 5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서강대의 최고 인기 학과 중 하나에 다니는 1학년생 B 씨도 반수를 준비 중이다. 고3 시절 9월 모의고사에서 원점수로 400점 만점에 390점 이상을 받던 그는 지난해 수능에서 382점을 받는데 그쳤다.

B 씨는 “평일에도 대학 수업을 마치면 인터넷 강의를 듣고 교육방송(EBS) 문제집을 풀면서 수능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있되 있지 않은 유령, ‘반수생’

2016학년도 대입에 큰 변수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성적 최상위권 반수생이 대거 늘어날 조짐이기 때문이다. 현재 다니는 대학보다 상위권 대학이나 의·치대 같은 최상위권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며 수능 공부를 하는 반수생은 매년 있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반수생이 그 어느 해보다 늘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권 고3과 재수생들에겐 ‘악몽’ 같은 일이다.

반수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수능이 쉬웠고 올해도 쉬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쉬운 수능으로 피해를 본 상위권들이 올해는 쉬운 수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된 것. 지난해 한두 개 문제를 더 틀리는 바람에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상위권 중 많은 수가 올해엔 ‘대학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수능을 준비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들 최상위권 반수생은 현재로선 ‘대입 수험생’ 수에 잡히질 않는다. 존재하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유령 같은 반수생’이라고도 불린다. 수능 공부의 기초가 잘 잡혀 있는 이들은 재수학원을 다니기보단 혼자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6월 모의평가는 응시하지 않아 성적 통계상에도 잡히지 않으며,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어 대학에서도 반수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다.

‘대입 재도전’을 노리는 최상위권의 경우 의·치대 입시를 준비하거나 최상위권 대학을 노리면서 3월부터 일찌감치 재수종합학원 등을 다니며 다걸기(올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반수를 준비 중인 연세대 공대 1학년 C 씨는 “올해도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하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고득점을 노려 볼 만하다”면서 “휴학하지 않고 최소한의 대학 학점만 이수하면서 부족한 수능 과목을 중심으로 인강이나 단과학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화된 대졸 취업난도 성적 최상위권들의 반수 결심에 영향을 미친다. 상위권 대학 공대 1학년인 D 씨는 서울대 경영대 진학을 목표로 반수를 결정했다. D 씨는 “대학 졸업 후엔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단 창업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다 보니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해 경영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수 이유를 설명했다.

최상위권 고3·재수생… ‘1등급에 만족 말라’

성적 최상위권 반수생이 늘면 대입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고3과 재수생들은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을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최상위권 반수생들이 9월 모의고사에 일제히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보통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상위 4%까지)을 받은 수험생 중 3∼4%에 속한 수험생 대부분이 9월 모의고사에선 2등급으로 밀려난다”면서 “올해는 최상위권 반수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6월 모의고사에서 2% 중반대 성적을 얻은 수험생도 9월엔 2등급으로 밀려날 수 있다. 6월 모의평가에서 2% 안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끝까지 1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종서 이투스청솔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근 3년간 수능에서 과학탐구가 다른 과목에 비해 어렵게 출제되면서 만점 기준으로 과탐의 표준점수가 가장 높았다”면서 “올해 특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치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과 재수생이라면 과탐 공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윤 wolf@donga.com·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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