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쪼개 일-학업 병행… “나를 뛰어넘고 싶어 방송대 찾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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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학탐방]재학생 3人이 말하는 ‘나의 포부’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전문직 학생들은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부터 성민하, 조지현, 안치권 씨.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전문직 학생들은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부터 성민하, 조지현, 안치권 씨.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 가정학과 입학한 의사

울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마취과 3년차 레지던트 의사로 근무하는 성민하 씨(31)는 방송통신대 가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마취과 의사와 가정학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성 씨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만성질환들이 약만 처방해서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성질환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영양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생활은 의사 과정 중 바쁜 시기로 꼽힌다. 성 씨도 바쁜 일상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리와 식습관 관리를 병행해 환자를 통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되새기면서 학업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성 씨는 식사를 하거나 잠들기 전에 짬날 때마다 조금씩 스마트폰 등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성 씨는 “학창시절 꿈은 아나운서였다”며 “지금도 대중들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의사로서 대중에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학과 식품영양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항상 목표를 설정하고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 속에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성 씨는 “의사가 되는 꿈을 이뤘다고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가는 방법 중 하나로 방송통신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 법학과 입학한 변리사

조지현 씨(29)는 4년 동안 변리사로 일하면서 종종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변리사는 소송대리권이 없지만 나날이 특허소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 씨는 법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지난해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조 씨는 “법학을 공부하다 보니 리걸마인드(법률적 사고방식)가 생기고 고객들에게 민사, 형사, 저작권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조 씨는 “예전 대학을 다닐 때에는 자격증 준비와 졸업하기에 급급해서 필수수업 위주로 듣느라 원하는 공부를 못했다”며 “방송통신대에 들어와서는 예전과 달리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 위주로 시간표를 짜 수강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씨는 현재 법학과와 함께 일본학과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조 씨는 주로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 첫 학기에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느슨해진 정신을 잡아주는 활력소가 됐다고 말한다.

○ 컴퓨터과학과 입학한 한의사

안치권 씨(38)는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다. 평소 수학과 정리에 관심이 많은 안 씨는 ‘이과’ 성향이 강한 학문을 배워보고 싶어 지난해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했다.

군의관 복무 시절 엑세스 등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다뤄본 경험이 있어 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불필요한 반복 작업을 싫어한다는 안 씨는 컴퓨터로 자료를 정리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또 안 씨는 “새로운 재활기구를 사용하게 되거나 추후 재활기구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현재 직장의 전문성도 키우려고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씨는 “방송통신대로 편입한 직후에는 하루 종일 환자를 본 후 집에 돌아와 공부를 하는 게 빠듯하게 느껴졌지만 1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안 씨는 “주로 한의학 책만 보는 다른 동기들을 보면 한의사라는 직업에만 삶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새로운 학문을 접하고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릴 때 오히려 이해력도 더 좋아진다”며 “다른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학기 등록금 35만원대… 일반大의 10분의 1▼

2015학년도 신입-편입생 14만명 모집… 명문대 졸업생 몰려 위상 매년 높아져


한국방송통신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착한 등록금’이다.

방송통신대의 등록금은 한 학기 인문·사회과학 계열은 35만 원 선에 불과하다. 자연·교육과학대 등록금도 37만 원 정도로 낮다. 이는 일반 대학 대비 10% 수준이고 사이버대학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방송통신대는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통해 재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방송통신대는 ‘동문 네트워크’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대학이다. 대학 설립 이래로 학교를 다녀간 동문만 72만 명에 달한다. 재학생들 중 80%가 지인 추천을 통해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통신대는 온라인 수업 외에 전국 49곳에 이르는 오프라인 캠퍼스 인프라를 통해서 동문 간 교류의 폭도 더 넓혔다. 여기에는 도서관이나 전산실, 스터디룸 등을 갖추면서 학습지원도 더 강화했다.

저렴한 학비 외에 강의에 대한 만족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서울 상위권 명문대 졸업자가 방송통신대에 다시 입학하는 사례가 연간 1500건에 달한다. 방송통신대의 위상은 매년 더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방송통신대가 다음 달 9일까지 2015학년도 신입생과 편입생을 모집한다. 모집은 1일부터 시작했다. 2015학년도에는 인문·사회·자연·교육과학대학 22개 학과에 지난해 신설된 금융·서비스학부, 첨단공학부를 포함해 총 24개 학과·학부에서 신입생 6만3739명 편입생 7만7229명, 총 14만968명을 모집한다.

방송대는 별도의 시험 없이 고등학교 성적(검정고시, 2015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등 포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편입생 역시 출신 대학 성적만을 반영해 선발한다. 단, 프라임칼리지 금융·서비스학부와 첨단공학부 재직자 전형의 경우 타 대학과 달리 3년 근무 경력 없이 고교 졸업 후 바로 입학할 수 있다. 선취업·후진학에 뜻을 품은 20대 초반의 고졸 학력자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프라임칼리지 금융·서비스학부와 첨단공학부에서 2학년 편입생 모집을 처음으로 실시한다. 취업 후 실무 역량을 쌓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입학 기회도 더 늘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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