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고생 ‘중간고사 복수정답 인정’ 승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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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한 문제 틀려 2등급 되자 소송
법원 “합리적 근거 있으면 인정해야”… 수시 앞두고 내신 성적 연쇄수정 비상

대구의 한 여고생이 중간고사 시험문제의 복수 정답을 인정해 달라며 학교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으면서 해당 학교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대구지법 제20민사부(부장판사 손봉기)는 20일 대구 수성구 모 여고 3학년 배모 양(18)이 학교재단 Y법인을 상대로 낸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정해 “배 양의 국어(문학Ⅰ) 과목 석차 등급이 1등급 지위에 있다고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배 양은 올해 4월 1학기 중간고사 문학Ⅰ 과목 시험에서 23번 문제의 답을 5번으로 적었다. 출제자가 요구한 정답은 2번이었다. 한 문제를 틀려 96점을 받은 배 양은 복수 정답을 인정해 달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았지만 난도가 낮아 해당 과목의 내신이 1등급이 아닌 2등급으로 떨어지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 양은 국어 전공 교수 등 전문가에게 자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내년 대학 수시 전형이 곧 시작되는 만큼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가처분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출제자가 선정한 정답 외에도 논리적 합리적 중립적 객관적으로 선택 가능한 답이 있다면 그 자체로 중복 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역에서 처음 벌어진 사례이기 때문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중재가 아니라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하는 학교 측은 “학생들의 성적을 수정 작업하고 있다”고 밝혀 다른 학생들의 내신등급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중간고사#복수정답#대구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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