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공유시스템 구축 김태완 교수
“학생들 함께 공부해, 지식은 쌓고 스트레스는 줄였으면…”
지난해 11월 늦은 밤 한 남학생(21)이 서울대 기숙사(관악사)의 자기 방에서 왼쪽 손목을 흉기로 스스로 긋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붉은 피가 잘린 동맥에서 허공으로 마구 뿜어져 나왔다. 다행히 그는 “친구가 자살할 것 같다”고 한 동료의 빠른 신고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쾌활하고 친구가 많기로 유명했던 이 남학생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 한동안 의문으로 남았다.
김태완 관악사 사감(52)은 이 사건을 처음 접한 날을 “놀라서 혼이 나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원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인 김 사감은 2012년 8월 기숙사 사감으로 부임한 이후 아무 사고 없이 말 그대로 ‘태평성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건 며칠 후에 입을 연 이 남학생의 사연을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김 사감에게 “시골에서 올라온 탓에 공부를 따라가기가 너무 벅찼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는 건 더 서글펐어요”라고 털어놓은 것. 김 교수는 “솔직히 교수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겪는 학업 부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이때부터 무한경쟁에서 비롯되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사감의 늦은 고심은 장장 6개월여 만에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김 사감이 5000명에 이르는 관악사생 모두가 자기 지식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지식공유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 그는 “대학교수, 명사들의 강연을 누구나 어디서나 PC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볼 수 있는 미국 ‘테드(TED·무료 강연을 제공하는 비영리재단)’를 많이 참고했다”며 “서로 지식을 공유하면 학생들 사이의 학력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 기숙사는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올 6월 지식공유시스템인 ‘GKNet(지케이넷)’을 공개했다. 수십 차례의 관계자 회의와 자본금 1000만 원이 필요했다. 대학 전체가 아닌 기숙사 단독으로 이런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국내 최초의 일이라 더욱 값지다는 게 김 사감의 설명이다.
김 사감은 “지케이넷이 활성화되면 지식나눔 실천을 통해 요즘 학생들에게 만연한 학업 스트레스와 이기심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관악사의 의미 있는 실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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