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으로 미디어학부 합격한 윤주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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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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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외부 활동보단 교내 교과와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세요”

방송 PD를 꿈꾸는 윤주희 씨(19·경기 덕계고 졸)는 2013학년도 숙명여대 입학사정관전형인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으로 미디어학부에 합격했다. 윤 씨가 합격한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은 올해 기존의 자기추천자전형과 통합된 뒤 ‘숙명미래인재전형’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의 미디어학부 경쟁률은 5.27 대 1. 윤 씨는 이 전형의 취지대로 교내 비교과 활동에 충실했고, 3년간 우수한 교과 성적도 꾸준히 유지했다.

‘덕계 런닝맨’ 만들며 PD 체험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을 위해서는 진로와 관련된 비교과 활동의 개수를 늘리고 ‘스펙’을 앞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입학사정관전형은 꿈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점차 달성해가는 학교생활 충실도를 평가하는 전형.

윤 씨의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에서는 특별한 교외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는 ‘외부 활동보다는 교내 활동과 학업에 더욱 충실하자’는 기준이 있었다.

희망 진로인 PD와 관련된 활동도 교내에서 했다. 윤 씨는 고2 때 교내 축제를 준비하면서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런닝맨’처럼 학교 곳곳을 뛰어다니며 서로의 이름표를 떼고 미션을 해결해가는 게임이었다. 이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그는 게임의 규칙과 미션의 전체적인 틀을 구성하고 당일에는 촬영도 맡았다.

“화려한 외부 활동은 아니지만 창의력과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활동이라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이었다’는 사실을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강조했어요.”(윤 씨)

동아리 활동으로 소통능력 UP 배려심 UP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학생 대부분은 윤 씨처럼 뚜렷한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망 전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다. 관심 분야와 관련된 활동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지원 전공과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학교생활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활동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의 취지대로 특정 분야의 장점만 집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학교생활 속에서 저의 여러가지 긍정적인 모습을 어필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이 전형의 이름처럼 ‘자기주도적’인 경험을 강조할 수 있는 활동을 자기소개서 글감으로 선택했어요.”(윤 씨)

윤 씨가 선택한 활동은 교내 독서토론 동아리 ‘이성비판’ 활동. 그는 고2부터 활동한 이 동아리를 통해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해력과 논리력,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켰다.

특별한 경험도 했다. 수능을 마친 고3 선배들이 사용한 문제집 중 쓸 만한 책을 수거해 교내 도서 바자회를 펼친 것. 교과서와 문제집을 종류별로 나누고 책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 뒤 이틀간 도서 바자회를 열었다. 그리고는 바자회 수익금으로 연탄 1000장을 구입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거든요. 이때 필요한 소통 능력을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었다고 자기소개서에 풀어냈어요. 더불어 도서 바자회 활동으로 ‘배려 및 협동’도 실천했다고 서술했어요.”(윤 씨)

교과·비교과 균형 맞추기가 관건

입학사정관전형에선 교과 성적보다 비교과 활동이 중요할까? 비교과 활동은 물론 교과 성적도 학생의 학업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평가 요소다. 윤 씨의 평균 내신은 1.9등급.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하면서도 3년간 우수한 교과 성적을 유지했다.

윤 씨는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에서 학습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고3 때 비교과 활동을 하나 늘리기보다는 교과 성적을 올리는 일에 더욱 집중했다. 1학년 때 3등급이었던 수학성적을 2학년 때 2등급, 3학년 땐 1등급으로 꾸준히 올렸다”고 말했다.

윤 씨는 평일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방과 후 시간과 주말에는 비교과 활동을 하면서 두 가지 활동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 이호섭 숙명여대 입학사정관 “목적의식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하세요” ▼

숙명여대는 지난해 진행한 입학사정관전형인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의 명칭을 올해 ‘숙명미래인재전형’으로 변경했다. 1단계 서류 100%, 2단계에선 1단계 성적(30%)에다 면접(70%)으로 최종 선발하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이호섭 숙명여대 수석입학사정관이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으로 미디어학부 합격한 윤주희 씨의 평가 내용과 숙명여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을 위한 알짜정보를 들려준다.

‘성장과정’ 항목은 지원자 배경을 이해하는 자료일 뿐

지원자의 ‘성장과정’을 묻는 질문은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의 단골 1번 항목. 동시에 지원자들이 작성에 가장 애를 먹는 문항이기도 하다.

이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에서 ‘성장과정’ 문항은 지원자를 이해하는 기본정보로 참고했을 뿐 이 항목에서 어떠한 경험을 더 우수하게 평가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일부 사설 입학사정관전형 컨설팅 업체에선 “역경 극복의 사례를 작성하는 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극복하거나 특이한 경험을 한 사례에 더 많은 점수를 주진 않는다는 것.

이 입학사정관은 “그보다는 삶의 과정 속에서 가치관이 형성된 계기, 진로를 설정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됐던 이야기가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장래희망을 이해하는 데 더욱 좋다”고 말했다.

PD와 관련된 구체적 학업계획에 눈길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에서 ‘학업계획’을 작성할 때 대학 홈페이지에 명시된 커리큘럼을 참고하는 지원자가 많다. 이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학과와 관련된 일반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나열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된 스토리를 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윤 씨도 대학 홈페이지의 내용을 참고했지만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지는 않았다. 윤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숙명여대 교육과정을 충분히 조사한 흔적이 담겨 있었다.

이 입학사정관은 “윤 씨는 미디어학부 커리큘럼을 숙지한 다음, ‘방송영상제작 수업을 듣겠다’ ‘사회심리학 복수전공을 통해 휴먼 다큐물 제작에 필요한 기초소양을 쌓겠다’ 등 자신의 꿈인 PD와 연결지어 풀어쓴 점이 달랐다”면서 “진로를 많이 고민해본 학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깊이’와 ‘폭’ 모두 내세운 장점에 주목

지난해 숙명여대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 자기소개서에는 학생부, 에듀팟 포트폴리오에 기재된 내용 중 지원자가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 활동 5가지를 작성해야 했다. 어떤 활동을 내세워야 할까.

윤 씨는 중요 순서대로 1번과 3번에는 전공과 관련된 ‘깊이 있는’ 활동인 교내 축제 ‘런닝맨’ 프로그램 기획과 케이블TV 방송사 씨앤앰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경험을 적었다. 2, 4, 5번에는 PD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과 관련된 ‘폭 넓은’ 활동인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 ‘교내 외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 ‘폐건전지 수거 활동’을 각각 작성했다.

이 입학사정관은 “전공 관련 분야뿐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외국어 능력, 공동체 교류 활동 등을 어필해 다방면에 잠재능력을 가진 학생이라 평가했다”고 말했다.

윤 씨가 지원한 자기주도학습우수자전형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습을 높이 평가하는 전형이므로 전공 관련 외의 장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만약 특정 재능을 요구하는 전형이라면 그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유리하다는 게 이 입학사정관의 설명이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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