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판매량 1년새 2.5억갑↑…흡연율 OECD 4위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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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회원국 중 담뱃값 27위·경고그림 면적 28위
실내 전면 금연·광고 및 판촉행위 금지 등은 '구멍'
핀란드 등 선진국은 담배 규제 아닌 종결 선언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 감소폭이 경고그림 확대 등 주요 정책 도입이 미뤄져 주춤하면서 정부가 2020년 29% 달성 목표에 대해 사실상 실패를 선언했다.

신종담배라는 이름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1년 만에 2억5300만갑 급증한 가운데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담배회사들의 마케팅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서 2008년 47.8%로 10년 사이 18.6%포인트 급감한 뒤 9년 뒤인 2017년엔 38.1%로 9년간 9.7%포인트로 감소폭이 다소 둔화됐다.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은 42.7%와 46.3%의 높은 흡연율을 보였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높은 흡연율(중하 43.4%, 하 42.8%)을 보였다.

정부는 1998~2008년 추세를 반영해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에서 2020년 흡연율 목표치로 29.0%를 설정했다. 복지부는 이날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명시했다.

흡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5세 이상 남성 인구 중 매일흡연자 비율이 2016년 기준 3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0%를 10%포인트 가까이 웃돌고 있다. 터키(40.1%), 라트비아(36%,), 그리스(33.8%)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수치다.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에서 2016년 6.3%까지 떨어졌지만 2017년(6.4%)과 지난해(6.7%) 2년 연속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동결했던 담뱃값을 2015년 한 차례 인상하고 2016년 12월부터 담뱃갑에 경고그림(면적의 30%)과 문구(20%)를 도입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으로 담배가격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7번째로 낮고 경고그림을 도입한 30개 회원국 중 평균 표시면적은 28위에 그쳤다.

그나마 이런 제도들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 주요 조항 가운데 비교적 양호하게 이행률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다. 실내 전면 금연, 담배성분 검사·공개 및 규제, 광고·판촉·후원행위 금지 등 분야는 여전히 저조해 2016년 66.0%였던 이행률이 지난해 66.7%로 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런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게 최근 들어 확산 추세가 두드러진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다.

전자담배가 금연 수단이나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7년 7900만갑에서 지난해 3억3200만갑으로 4.2배 이상 급증했다. 2.2%였던 시장점유율도 9.6%로 크게 늘었다.

다양한 광고와 함께 온라인 사이트나 판매점에서 각종 할인판매를 벌이면서 기존 담배 규제기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수제담배 등 담배 유사제품들은 판매점 입구 입간판, 외부간판, 가격표시 등 적극적인 광고행위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율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까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소매점의 72%가 내부에 설치한 담배광고를 외부에 노출하고 있었다. FCTC를 비준한 국가 중 83개국은 소매점 내 광고를 금지하고 66개국은 진열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 담배광고는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공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 어린이집·유치원 경계 10m 등 금연구역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금연구역 내 흡연시 10만원 이하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지만 간접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금연구역 지정 업종을 피해 ‘흡연카페’ 등을 영업하거나 길거리 흡연으로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유럽연합(EU), 터키 등이 금지하고 있는 가향물질에 대한 규제도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담배에 들어있는 유해성분도 정부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에 정부는 가격인상 정책을 제외한 추가 대책을 총동원해 금연 정책 동력을 확보키로 하고 종합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당장 내년부터 적용 가능한 담뱃갑 경고그림 및 문구 표기면적 확대(50→75%)부터 법 개정이 필요한 광고 없는 ‘표준담뱃갑(Plain Packaging)’ 도입, 가향물질 첨가 금지, 담배 및 담배배출물 성분제출 의무화 및 공개, 실내흡연 단계적 금지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론 ‘담배종결전(Tobacco Endgame)’에 나선다는 게 정부 목표다.

담배종결전은 기존의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 경고그림, 광고금지 등 정책 등 규제(control) 정책을 넘어 종식(end)을 목표로 수요(흡연자)와 공급(담배업계) 중심 규제를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표준담뱃갑 도입과 가향물질 사용 금지 등은 물론 니코틴 함량 규제, 담배성분 및 규격 규제, 흡연 면허제, 담배 없는 세대(일정 연도 이후 출생자 대상 담배판매 금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핀란드는 2040년까지 국가 흡연율을 2% 미만까지 낮추기로 하고 담배제품의 진열 금지, 담배자판기 금지, 무광고 표준담뱃갑 도입 등에 나섰다. 공동주거공간 및 실외 행사, 아동이 탑승한 차량 내 흡연을 규제하고 담뱃세 인상 및 담배회사에 대한 담배로 인한 환경폐기물 처리 책임 부과, 가향물질 및 첨가제 금지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5% 미만 감소를 목표로 내건 뉴질랜드는 3년간 매년 담뱃세를 10%씩 인상하고 필터사용 금지, 담배연기 pH농도 규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 22%인 15세 이상 흡연율을 2025년 5%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아일랜드도 담배업계 활동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금연지원 및 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2034년까지 성인인구 흡연율 5% 미만을 목표로 소매점 및 모든 상점에서 담배진열 금지, 금연 약물치료, 지역약국 금연서비스, 전국 금연전화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 중이다.

2020년 흡연율 10% 이하 감소를 내건 싱가포르는 일반 담배 및 전자담배 소매상 내 진열 금지, 온라인 광고를 포함한 모든 담배광고 금지, 담배회사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홍보 금지 등 각종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신종 담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전자담배나 가열담배 등에 대해 국제적으로 ‘담배종결전’을 시작했다”면서 “다만 이 나라들이 흡연율을 20%대까지 떨어뜨린 상황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선진국에 비해 높은 흡연율을 감소하는 데 노력하고 이어 담배종결전에 진입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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