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열차 초과밀 운행’ 위태위태,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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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철도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소한 실수가 금방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초(超)과밀 운영 구간’ 4곳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2019년 선로사용계획’에 따르면 경부고속선 평택~오송 46.3㎞ 구간에는 편도 기준 하루 최대 176차례 고속열차(KTX)와 수서고속열차(SRT)가 운행된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의 중첩구간인 이 구간은 열차의 최고 속도와 적정 간격을 감안해 산출한 ‘선로용량’이 하루 190차례인데 용량을 92.6%나 채운 것이다. 시속 300㎞까지 내는 고속열차가 아주 빽빽하게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업계에서 비상상황을 대비한 임시열차 투입과 적절한 열차 간격 확보를 위해 통상 선로용량을 최대 80%까지 채우는 것과 대비된다.

서울 상봉역에서는 열차가 매일 아찔한 역주행을 벌인다. 경춘선의 준고속철도(ITX)와 전철이 청량리, 용산까지 가기 위해서다. 경춘선이 상봉에서 끊기면서 열차는 반대편 선로를 역주행하며 가로지르는 ‘평면교차’로 청량리 방향 중앙선으로 들어간다. 평면교차는 열차 지연을 유발하고 열차 간 충돌 위험이 있어 철도업계가 가장 기피하는 운행 방식이다. 상봉역이 있는 청량리~망우 간 4.6㎞의 선로용량은 하루 163차례지만 96.3%인 157차례나 다닌다. KTX, ITX, 화물열차, 전철까지 여러 열차를 넣으며 생긴 일이다. 경부선의 서울~금천구청 구간(17.3㎞, 90.5%), 경원선의 왕십리~청량리 구간(2.4㎞, 80.3%)도 마찬가지다. 과밀 구간에서는 승객 수요가 늘더라도 열차를 더 투입할 수 없고, 관제와 기관사의 긴장과 피로가 높아진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선로를 추가해 열차를 분산하면 된다. 구로~동인천 간 경인선의 선로가 상·하행 2개씩 모두 4개 운영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권을 쥔 국회는 관련 예산을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열차 연장이나 증편을 요구한다. 내년 초 지하철 분당선 노선이 청량리까지 연장되면 청량리를 오가는 열차는 매번 왕십리역에서 평면교차를 해야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운행이 매우 조밀한 이들 구간의 증편 요구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구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은 보도자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울 도심까지 운행 연장’ 등을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선로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 1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경기 화성)이 이들 4개 구간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2016년 경춘선 전철의 청량리 연장을 추진한 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로 증설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평면교차 등에 따른 안전대책은 “국토부에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은 “선로 개량이 다 된 걸로 알고 있다”고만 밝혔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열차는 비상상황시 제동거리가 길어 충분한 간격 확보가 필요하다”며 “청량리~망우처럼 여러 열차가 과밀하게 다니는 곳에서 강릉선과 같은 신호 장치 고장이나 관제의 실수가 생기면 여러 열차가 엮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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