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 한달째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일자리 왜곡하는 비밀협상 규탄”… 지역노동계 9월 불참 선언
“노동계 투자협상 참여 보장할 것”… 이용섭 시장, 조속한 참여 당부

광주시는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걸쳐 있는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된 현대차 완성차 공장과 연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시는 또 빛그린산단에 303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동아일보DB
광주시는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걸쳐 있는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된 현대차 완성차 공장과 연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시는 또 빛그린산단에 303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동아일보DB

지역사회 열망이 큰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노동계의 불참선언 이후 한 달 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좌초위기에 놓인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6월 광주시와 지역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 22개 단체가 참여한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에서 기초협약을 맺어 본격화됐다. 이들 단체는 기초협약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적었다. 또 적정임금과 근로시간, 원·하청 관계개선, 노사 책임경영 등 4대 원칙을 채택했다.

이어 올 3월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노사민정 결의’가 채택되면서 사업이 진척됐다. 올 6월에는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토대로 한 완성차 공장 설립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빛그린산단 63만 m²에 자기자본 2800억 원, 차입금 4200억 원 등 7000억 원을 투입해 1000cc 미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투자협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지역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를 왜곡하고 변질시킨 광주시의 비밀투자 투자협상을 규탄한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지역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 불참선언을 한지 한 달이 흘렀지만 변화된 상황은 없다.

광주시는 10월이 광주형 일자리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타 지역의 사업추진, 투자유치 무산 가능성이 있다고 광주시는 우려한다.

시는 광주형 일자리는 근로자에게 주 44시간 근무, 초임 연봉 3500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섭 시장은 “투자협상에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하고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을 지키겠다”며 노동계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되지 않아 법인대표나 노사가 없어 투자협상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동계 참여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반면 지역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인력 배치전환 인정 등 많은 양보를 했다. 하지만 8월 광주시에 노동계 참여 약속을 지키라는 공문을 두 번 보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임금 이외에 각종 협의사항이 산적한 상황에서 실질적 참여가 보장될지 회의적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56)은 “3년 8개월 동안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각종 비난을 감수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자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사후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불참선언은 30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광주시의 명백한 입장변화 없이는 노동계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빛그린산단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는 건 반대하지 않겠지만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광주형 일자리의 장점은 없다”고 했다.

광주지역 특성화고교 학생대표, 교사, 학부모들은 15일 광주시의회에서 현대차 완성차 공장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대한노인회 광주시연합회도 16일 기자회견을 갖기로 하는 등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목소리가 잇따를 예정이다.

광주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광주형 일자리 좌초위기를 막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데 광주시와 지역노동계, 현대차가 함께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