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유채, 가을엔 메밀… 영암농협의 색다른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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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자락에 대규모 경관단지 조성… 유채와 메밀 심어 산업화 박차
농업-특산물 가공-관광 아우르는 6차산업의 성공모델로 주목 끌어

전남 영암군 월출산 자락 경관단지에 심어진 노란 유채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영암농협은 다음 달 유채를 수확한 뒤 메밀을 파종한다. 영암군 제공
전남 영암군 월출산 자락 경관단지에 심어진 노란 유채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영암농협은 다음 달 유채를 수확한 뒤 메밀을 파종한다. 영암군 제공

25일 국립공원 월출산이 웅장하게 병풍을 두른 전남 영암군 천황사 들녘. 너른 들판이 온통 유채꽃 천지다.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화사함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유채꽃 물결은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월출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유채꽃밭 면적은 112만 m²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노란 유채꽃밭은 가을이면 하얀색으로 물든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팝콘이 쏟아진 듯, 하얀 꽃송이가 수도 없이 피어나 밭을 가득 채운다. 점점이 박힌 솜털은 마치 첫눈이 내린 눈꽃세상 같다. 메밀꽃이 뿜어내는 장관이다.

전남 영암농협이 월출산 자락의 논에 벼농사 대체작물로 유채와 메밀을 심어 관광과 식품산업화에 나섰다. 농업과 특산물 가공, 관광을 아우르는 6차산업의 성공 모델이자, 새로운 농가소득 창출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영암농협은 그동안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 그중 하나가 월출산 천황사 들녘 112만 m²에 유채와 메밀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영암농협은 논을 밭으로 바꾸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 도입에 따라 새로운 소득 작목을 육성할 필요성을 느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협 측은 1ha 기준으로 유채와 메밀을 심을 경우 벼농사와 비교한 소득액이 각각 407만9000원 더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유채와 메밀을 재배하면 쌀생산조정제에 따른 타 작목 전환 직불금과 경관직불금 등 715만 원이 농가에 지급된다. 여기에 두 작목 수확에 따른 소득 800여만 원을 합치면 1515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쌀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소득이다.

정운태 천왕사지구 경관단지추진위원장(59)는 “강원 봉평 메밀 주산지와 제주 메밀단지 밭을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며 “메밀은 재배하기가 쉽고 전량을 농협에서 수매하기 때문에 판로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영암농협은 지난해 10월 말 24만7500m²에서 처음으로 메밀 8t을 사들여 농가에 2억 원의 소득을 안겨줬다. 메밀 수확 후 파종한 유채꽃은 다음 달 수확한다. 영암농협은 유전자 변형이 없는 유채기름으로 가공해 학교 급식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박도상 영암농협 조합장은 “올해 유채기름 판매로 7억 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며 “유채와 메밀 재배가 벼농사 대체 효과뿐 아니라 월출산을 배경으로 한 관광활성화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채와 메밀 재배 면적은 내년에 128만7000m²로 늘고, 2020년에는 198만 m²로 확대될 것으로 영암농협은 보고 있다. 참여 농가도 올해 90농가에서 내년에는 130농가로, 2020년에는 150농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영암군 전체 농가의 12%에 해당한다. 유채와 메밀의 대규모 재배가 가시화되면서 산업화 기반도 마련됐다. 메밀 가공 공장과 메밀 전문 음식점, 판매장이 잇달아 오픈하고 유채기름 가공공장도 올해 11월 들어설 예정이다.

영암농협은 메밀을 테마로 지역축제를 열고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경관단지를 관광명소로 가꿀 계획이다. 올해 10월 처음으로 ‘월출산 메밀꽃 축제’를 열고 전국 사진작가 초청 촬영대회와 그림 그리기 대회, 야생화 전시회 등을 진행한다.

경관단지 인근의 ‘氣찬장터’와 연결하는 월출산 둘레길 자전거 트레킹 코스를 개설하고 야간 경관조명시설도 설치하기로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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