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취업준비생의 설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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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설 연휴를 우울하게 보낸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대표적입니다. 어느 때보다도 취업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매섭습니다.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설 명절도 올림픽도 그림의 떡입니다.

한 취업 포털의 발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67.2%가 설 연휴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취업은 했냐?”, “연봉은 얼마나 되냐?”, “결혼은 언제 하냐?” 등 친척 어른들의 관심이 이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한때 3포 세대란 말이 있었습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 세대를 뜻합니다. 여기에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면 5포 세대, 꿈과 희망까지 버리면 7포 세대라고 말합니다. 청년들의 열악한 처지를 자조적으로 빗댄 신조어들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 취업 청년의 64%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도 캥거루족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쇼윈도 취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주변 시선 때문에 겉으로만 취업을 준비하는 척하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의 58%가 자신을 쇼윈도 취준생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들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취업을 아예 포기한 서양의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과 흡사합니다.

적극적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는 청년 실업률이 9.9%로 사상 최악입니다. 올해도 노동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청년들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니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취업 준비도 벅찬데 생활비를 스스로 벌며 학자금 대출도 갚아나가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합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공공기관과 은행권의 채용 비리는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문 탐구를 즐기기보다는 스펙을 쌓는 등 서둘러 취업 준비에 매달립니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준비 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청년 고용 확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잠식하고 있는 데 비해 대졸자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취업 시장은 좁은 문입니다.

독일, 대만과 같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고용 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야 하나 간단치 않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대기업과 상생해야 합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독일이 부럽습니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합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창업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업에 청년들이 적극 뛰어들어 도전해야 합니다. 국가는 창업을 지원하되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패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봄기운이 언 땅을 녹이듯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곧 온기가 함께하길 응원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설 연휴 취업준비생#3포 세대#쇼윈도 취준생#니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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