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어린이 돕자” 청년들 뭉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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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머리카락 기증 김현경씨 환자 가발비 모금 프로젝트 추진
창업가-사진가들, 제품 기부로 동참

소아암 환우를 위한 가발 제작비 후원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현경 씨(왼쪽)가 2016년 당시 머리카락을 기부할 때 찍은 사진. 문구업체 창업을 준비 중인 노미영 씨(가운데)는 이번 프로젝트 후원자들을 위해 수제 파우치를 기부했다. 오른쪽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인화한 엽서를 기증한 사진가 김기수 씨. 프로젝트 그룹 ‘찰랑찬란’ 제공
소아암 환우를 위한 가발 제작비 후원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현경 씨(왼쪽)가 2016년 당시 머리카락을 기부할 때 찍은 사진. 문구업체 창업을 준비 중인 노미영 씨(가운데)는 이번 프로젝트 후원자들을 위해 수제 파우치를 기부했다. 오른쪽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인화한 엽서를 기증한 사진가 김기수 씨. 프로젝트 그룹 ‘찰랑찬란’ 제공
다섯 살부터 희귀 소아암인 신경모세포종을 앓아온 김서연(가명·13) 양은 소원이 하나 있다. 다음 달 중학교 입학식에 가발을 쓰고 참석하는 것이다. 항암 치료로 숱이 듬성한 머리를 모자로 가려온 건 가발을 살 여유가 없어서다. 일부 철없는 친구들이 놀려도 의연하게 넘겼지만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소망은 지우지 못했다. 김 양은 “머리카락이 없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남들처럼 꾸며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따르면 김 양처럼 소아암이나 백혈병으로 치료받는 환자는 1만2000여 명이다. 매년 1000여 명이 새로 병을 얻는다. 협회에는 가발 지원을 신청하는 환아가 매년 수백 명에 이른다. 가발 제작에 보태달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보내오는 기증자가 연간 1만 명이 넘지만 대기 줄은 항상 길다. 가발 1개를 만들려면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25cm 이상으로 기른 머리카락이 200명분 정도 필요하다. 제작비도 100만 원이 넘는다.

대학 시절 협회에 세 차례 머리카락을 기증한 대학원생 김현경 씨(25·여)는 최근 네 번째 기증을 준비하며 가발 제작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민 끝에 김 씨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소아암 환자의 가발 지원에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아 머리카락과 함께 협회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후원자에겐 김 씨가 만든 캘리그래피 액자를 선물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청년 창업가들은 자신의 제품을 김 씨의 기부 프로젝트에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에겐 기부에 참여하는 동시에 제품 시판에 앞서 시장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문구업체 창업을 준비 중인 노미영 씨(27·여)는 수제 파우치를 기부했다. 어릴 적 사고로 머리숱이 적은 친구가 ‘골룸’(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괴물)이라고 놀림당한 기억이 떠올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파워포인트(PPT) 제작업체 창업을 고민 중인 고재석 씨(27)는 프로젝트 홍보물 디자인을 맡았다. 김구름 씨(26·여)는 몇 해 전 암에 걸린 가족을 간병하던 중 소아암 환아에 관심을 갖게 돼 자신이 만든 드라이플라워(건조화) 액자를 기부했다.

사진가 김기수 씨(31)는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인화한 엽서를 내놓았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광고업체에서 일하다가 일과 나눔을 병행하고 싶어 지난해 말 제주 제주시 한림읍에 작은 사진관을 열었다. 웨딩화보 촬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김 씨는 틈틈이 이웃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들은 5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www.wadiz.kr)에서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9일까지 1365명이 응원 서명을 하고 28명이 후원에 참여했다. 기부 동참은 와디즈에서 ‘찰랑찬란’을 검색하거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홈페이지(www.soaam.or.kr)에서 가능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희귀 소아암#신경모세포종#가발비 모금#한국백혈병#가발#머리카락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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