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운명 쥔 국민연금의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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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 18일 1조3500억 채무조정
국민연금, 반대표 던질땐 법정관리… “손실 뻔한데 동의하기 어려워”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다음 달 17일 국민연금의 뜻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이 이날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이 가장 큰 ‘4월 만기 회사채 집회’를 마지막 순서로 배치하며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4일 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 18일 총 1조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5종에 대한 채무 조정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주당 4만350원에 출자전환하고 50%는 채권 만기 3년 연장안이 승인돼야 대우조선해양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피할 수 있다. 가결 요건은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출석, 출석 채권액의 3분의 2 동의, 총채권액의 3분의 1 동의’다.

핵심은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있다. 국민연금은 4월이 만기인 회사채(4400억 원 규모)의 34%와 내년 3월 만기 회사채(3500억 원)의 29% 등 총 3800억 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다음 달 만기 도래분의 출자 전환 및 채권 만기 연장에 반대하면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으로 직행한다.

이에 채권단은 4월 회사채 집회를 17일 마지막, 내년 3월 회사채 집회를 18일 마지막에 배치해 국민연금을 압박하기로 했다. 18일 첫 순서로 배치한 회사채는 기관 비중이 높아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쉽게 동의하지 않을 분위기다. 채무 조정에 동의할 경우 ‘국민 노후 자금을 까먹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P-플랜에 돌입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손실을 확정지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게다가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압박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상태에서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손실을 감내하는 찬성 결정은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 측은 “손실이 눈에 뻔한데 채무 조정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보수적인 견해를 밝혔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이은택 기자
#대우조선#국민연금#채무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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