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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하정민]어느 IT기자의 특별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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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하정민]어느 IT기자의 특별한 실험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입력 2018-03-19 03:00수정 2018-03-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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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드 만주 NYT 기자.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뉴욕타임스의 정보기술(IT)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40).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IT 전문매체 슬레이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거쳐 2014년부터 NYT에서 일하고 있다.

만주는 지난해 3월 ‘집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하고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란 글을 써 IT 전문기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이랬던 그가 1년 만에 정반대의 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만주는 이달 7일 “올 1월부터 두 달간 모든 뉴스 앱과 소셜미디어를 끊었다. 그 대신 NYT, WSJ, 이코노미스트 등 인쇄 매체로만 뉴스를 접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만주는 지난달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하루 뒤 신문으로 접했다. 그는 “그 하루 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사건의 진위와 배경을 상세히 분석했다. 또 이를 공들여 취재한 심층 기사를 읽었기에 ‘범인이 이슬람국가(IS) 일원이거나 이번 사건이 올해 미국에서 18번째로 일어난 학교 총기사고’란 가짜 뉴스를 접하지 않았다. 당연히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와 시간 낭비도 없었다. 우리의 실제 삶은 느리게 진행되고 진실을 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만주에 따르면 뉴스의 디지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도록 하는 폐해를 낳는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이를 극단적으로 부추기므로 소셜미디어만 끊어도 상당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드시 종이 신문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뉴스를 소비하는 양식을 재정립하라. 하루에 딱 1번 뉴스 앱을 보거나 미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의 잘 정리된 뉴스레터를 구독해도 좋다. 핵심은 검증되지 않은 속보 대신 깊이와 정확성으로 무장한 뉴스를 읽는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전통매체 기자의 신문 읽기 종용이 속 보이는 주장일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만주의 주장이 널리 알려진 것도 소셜미디어 덕분이다. 허나 이를 감안해도 그가 던진 화두는 가볍지 않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뉴스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서 정확성과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없다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글 중 오직 한 사람의 피로 쓴 글만 사랑한다. 피로 글을 써라. 그래야 그 피가 곧 혼(魂)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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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말이다. 속보 경쟁과 짜깁기로 일관하는 언론, 좋은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기레기’만 탓하는 소비자, 자극적인 뉴스만 도드라지게 강조하는 소셜미디어와 포털 모두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피 같은 뉴스’도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dew@donga.com


#파하드 만주#뉴스의 디지털화#소셜미디어#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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