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는 세상]나이 들수록 고스톱 대신 글쓰기 즐겨라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본보는 14∼21일 세계 뇌(腦)주간을 맞아 ‘뇌가 보는 세상’ 시리즈를 새로 연재합니다. 국내 뇌 전문가들이 뇌과학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해 드립니다.》

이른바 ‘두뇌 트레이닝’이 유행이다. 덧셈과 뺄셈, 곱셈 같은 간단한 계산을 반복해 뇌를 활성화시켜 기능 저하를 막는다는 것이다.

두뇌 트레이닝은 나이가 들수록 뇌기능이 떨어져 계산능력이나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부정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이는 통념에 불과하다.

뇌는 계산능력이나 기억력 말고도 논리력 감성 창의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노인이 되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 계산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은 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린 헤서 교수는 이미 뇌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통합적인 추론을 하는 지혜와 이를 바탕으로 생기는 창의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는다고 보고했다.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뇌세포는 태아 시절 대부분 만들어진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에서는 어른이 된 뒤에도 소량이지만 계속 뇌세포가 만들어져 학습과 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꼭 필요한 뇌세포끼리는 강하게 연결되고 불필요한 뇌세포 간의 연결은 점차 사라지면서 더 효율적인 뇌로 변해가기도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나이에 맞춰 효과적인 두뇌개발이나 학습 방법을 만들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는 직관과 기억력 중심의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으로 갈수록 사물과 현상을 자세히 분석하는 이해 위주의 교육이 적합할 것이다.

결국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 등은 자칫 어린이의 뇌를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단순한 사고와 동작을 반복하는 고스톱을 많이 한다고 해서 기억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근거도 없다.

나이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발굴하는 게 현명한 두뇌개발 방법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단순 계산을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통찰력이나 논리력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등 창조적인 뇌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저명한 문학작품 중에는 나이가 많은 대문호나 문필가의 작품이 적지 않다.

선웅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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