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성욕 감퇴 지속되면 원인 찾는게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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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기 성공비뇨의학과 원장
최형기 성공비뇨의학과 원장

회사원 최모(54) 씨는 6개월 전부터 기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했다. 오후가 되면 눕고 싶은 생각만 간절해졌다. 최근엔 심한 성욕 감퇴와 발기 부전 증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여겨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증세는 점점 악화될 뿐이었다. 대책 없이 기력이 허약해져 가는 남편을 보다 못한 부인이 원기 회복에 좋다는 약은 다 지어 왔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외부 생식기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혈액·화학검사 모두 정상이었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다른 성인병도 없었다. 그러나 호르몬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수치는 2.0ng/mL로 많이 떨어져 있었고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수치는 100ng/mL로 매우 높았다. 정상인에 비해 다섯 배나 높은 수치다. 보통 생리적 변화나 스트레스, 여러 약물복용 등에 의해 약간 올라가기도 하나 이렇게 높은 경우는 흔치 않다. 이토록 과다 분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뇌하수체 컴퓨터단층촬영(CT)을 추천했다.

최 씨의 검사 결과는 뇌하수체종양이였다. 직경 1cm 정도의 종양이 뇌하수체에 꽉 차 있었다.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뇌하수체종양이 나온 것이다.

내분비계의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은 서로 ‘되먹이 기전’으로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며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시상하부에서 지시 명령을 내리면 뇌하수체에서 성선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분비돼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킨다.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지면 되먹이 기전으로 성선 자극 호르몬이 줄어든다. 최 씨의 경우는 뇌하수체 종양으로 프로락틴이 많이 분비됐고 이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억압돼 심한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내분비내과 의사와 상의해본 결과 위험한 부위의 수술보다는 1단계로 약물 치료를 먼저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우선 시급한 일이 자라나는 종양을 억제하는 것이다. 암세포 억제제인 브로모크리핀 투여를 먼저 하기로 했다 .

약물 치료로 다행히 프로락틴수치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3개월 지나자 마침내 성욕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발기력도 조금씩 나아져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성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프로락틴이 과다 분비되면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면서 심한 성욕 감퇴 증상을 일으킨다. 지나친 스트레스, 과음, 과로, 약물 상습 복용 시에도 프로락틴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성욕 감퇴가 나타난다. 남성의 성기능은 우리 몸의 각 기관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종합적인 건강의 지표이다.

성기능 장애증상이 6개월 이상 오래 지속될 때는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성인병의 초기 증세일 수도 있지만 가끔가다가 이렇게 암일 수도 있다.

최형기 성공비뇨의학과 원장
#헬스동아#성욕 감퇴#발기 부전#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프로락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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