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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디지털 그늘]영상매체-게임서 폭력 몰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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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디지털 그늘]영상매체-게임서 폭력 몰아내자

입력 2000-10-15 18:57수정 2009-09-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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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는 특히 몸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요구한다. 나는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몸이라고 믿는다. 주관과 객관, 육체와 정신의 철저한 분리라는 데카르트 이래의 서양 철학을 비판하는 현대 철학자들은 몸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몸이야말로 모든 사회적 의미의 기반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몸에 해를 끼치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공해, 전쟁, 고문, 살상 무기, 비효율적인 의료 체제, 나쁜 주거 환경, 열악한 노동 환경, 높은 범죄율, 학교 주변의 폭력, 교통 사고, 안전을 도외시한 여러 가지 건축물, 불량 식품 등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다.

◇ 몸이 곧 인간성의 기본

이러한 몸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음 세대에게 교육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몸과 남의 몸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이다. 폭력은 그 자체로 인간성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긍정적인 폭력이란 없다는 것과,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죽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야만 한다. 몸이 곧 인간성의 기본이며, 따라서 몸은 네가 단지 소유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몸이 곧 네 자신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원조교제 등으로 몸을 함부로 굴리거나 이성의 몸을 단순한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매일 소비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한 번 살펴보라. 만화 영화에서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쏘고, 쳐부수고, 때리고, 죽이고, 죽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폭력에 대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관용적이다. 인간성의 기반인 몸을 함부로 파괴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몸의 노출에 불과한 성표현물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과민 반응을 보인다.

◇ 몸 존중하는 교육 필요

인터넷에 올라 있는 방대한 정보 중에서 ‘외설물’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양으로 따지자면 음란 도서가 훨씬 더 많으며, 비율로 따지자면 가장 오래된 전자 영상 매체인 영화에 훨씬 더 ‘외설물’이 많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정말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것은 몸의 노출이 아니라 몸의 파괴이다. ‘미성년자 입장가’인 ‘인디아나 존스’에는 무섭게 칼을 휘두르며 덤벼드는 적을 주인공이 씩 웃으면서 총 한 방으로 처치하는 (살해하는!) 장면이 있다.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루어지는 이 살인 장면을 보면서 아이나 어른이나 즐겁게 웃어버리고 만다. 사람이 죽어 넘어지는 것을 보고 즐겁게 웃을 수 있게 하는 영화.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다. 이러한 살인 장면은 웬만한 정사 장면을 담은 ‘외설’ 영화보다 훨씬 더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 영화가 더 외설적

음란물이 곧바로 성 폭력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성 폭력의 원인은 단순히 성욕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폭력의 원인이 근육에 있지 않듯이. 그것은 체질화된 폭력이 성적으로 발산하는 것뿐이다.

만화 영화에서부터 코미디, 연속극, 영화, 비디오 게임, CD롬,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무슨 이유에서든지 때리고 부수고 죽이고 죽는 장면만큼은 이제 몰아내야 한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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