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테러 당한 인도여성 ‘세상 밖으로’, “공격한 사람이 얼굴 숨겨야지, 내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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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여성들’ IJD 해외사례

카페 운영 교육을 받고 자립에 성공한 염산테러 피해 여성들이 손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여성에 대한 염산테러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힌두 제공
카페 운영 교육을 받고 자립에 성공한 염산테러 피해 여성들이 손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여성에 대한 염산테러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힌두 제공
인도의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성(性)격차 지수 순위는 전체 144개국 중 87위로 우리나라(116위)보다 오히려 높다. 하지만 범주를 ‘건강과 생존(Health and Survival)’으로 좁히면 인도는 142위로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임금 격차 등을 제외한 순전한 생존의 문제에 있어서는 인도 여성들이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불평등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인도 아그라의 루카이야 씨(30)는 그 현실을 잘 안다. 14세 때 결혼 제의를 거부했다가 친척들에게 ‘염산테러’를 당했다. 화상을 입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여전히 집을 나설 때면 베일을 쓴다. 같은 지역의 루파 씨(24)도 15세의 나이에 계모와 한 무리의 남성들에 의해 염산테러 공격을 받았다. 한동안은 충격에 말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둘은 더 이상 숨어 지내지 않는다. 인도 일간 ‘더힌두’는 최근 이들이 염산테러 생존자 지원단체 ‘Stop Acid Attacks’가 운영하는 아그라의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명했다. 루파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나를 쳐다보든 상관 안 한다. 나를 공격한 사람들이 얼굴을 숨겨야지 (피해자인)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아그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의 말에서 읽을 수 있듯 이곳에서 일하는 염산테러 피해 여성들은 단순히 재활 노력을 할 뿐만 아니라 인도 사회에 뿌리박힌 왜곡된 성의식을 규탄하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카페 메뉴판에 가격이 따로 적혀 있지 않은 점도 특이하다. 이들의 목소리에 동의하는 만큼 자유롭게 지갑을 열면 된다.

한때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 시절 금기였던 음악을 이용해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적 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아프간 일간 ‘하슈트에수브흐’는 아프간 국립음악원(ANIM)에 재학 중인 여학생 75명이 결성한 오케스트라에 주목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후인 2010년 설립된 음악원(전체 250명)은 초기엔 여학생이 5명밖에 없었지만 이제 여학생들만의 오케스트라를 차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공연할 정도로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미래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ijd#세계경제포럼#인도 염산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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