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지층이 물결치는 듯… ‘화산학의 교과서’ 수월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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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수월봉

페이스트리 빵의 얇은 겹처럼 여러 지층이 쌓여 물결치는 듯한 모양이 독특하다. 자갈, 어른 주먹보다 큰 돌 등이 층리에 박히기도 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사진). 여러 오름(작은 화산체) 가운데 하나지만 높이 70m 정도의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쇄설층(천연기념물 제513호)에서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암석 파편인 화산쇄설물이 가스, 수증기 등과 섞여 화산 폭발 당시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흘러내린 화쇄난류 현상으로 만들어졌다. 수월봉은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며 지질답사 1번지로 자리 잡았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제주지역 대표 명소의 하나다.

퇴적 작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수월봉 배후지역은 평야 형태를 띠고 있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밭담이 드문 ‘무장전(無牆田)’ 지역이기도 하다. 밭을 일궈도 담으로 쓸 만한 돌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밭담이 없다 보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견뎌야 하는 농법이 발달하기도 했다. 이 퇴적층 지대에 ‘제주 고산리 선사유적’(사적 제412호)이 있다. 후기 구석기에서 초기 신석기로 넘어가는 전환기 문화를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유적이다. 당시 주민들은 후기 구석기 전통이 남아 있는 사냥도구인 화살을 사용했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어로도구인 작살을 만들었다. 차귀도 너머로 해가 사라지는 일몰 장관을 볼 수 있는 수월봉 일대는 화산 폭발과 선사시대 비밀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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