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소개해줘” K팝 줄대기 바쁜 해외 팝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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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세계 대중 음악계 한국에 러브콜
美 아오키 앨범 첫곡에 방탄 등장… 英 리파는 블랙핑크와 함께 노래
신인-2군 그룹에게도 손 내밀어, 서로에게 윈윈… 추세 이어질듯

최근 잇달아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사진은 방탄소년단과 미국 DJ 스티브 아오키(오른쪽에서 세 번째).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최근 잇달아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사진은 방탄소년단과 미국 DJ 스티브 아오키(오른쪽에서 세 번째).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힙합 잘하는 남성그룹 ‘○○○’과 일하고 싶다. 연결 부탁한다.”(프랑스 음반사 관계자)

“귀여운 느낌의 걸그룹 ‘×××’에 맞는 멜로디를 지었다. 소개 부탁한다.”(브라질 작곡 회사 관계자)

요즘 한국 음반사들로 답지하는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의 ‘러브레터’의 주요 내용이다.

놀라운 것은 ‘○○○’나 ‘×××’가 한국 대중도 잘 모르는 신인급이라는 것. 한 글로벌 음반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케이팝 신인 그룹의 데뷔나 앨범 발표 관련 자료를 각국 지사에 e메일로 배포하면 이처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고 있다”면서 “케이팝에 줄을 대려는 열망이 대단함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최근 잇달아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사진은 블랙핑크와 영국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운데).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두아 리파 인스타그램
최근 잇달아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사진은 블랙핑크와 영국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운데).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두아 리파 인스타그램
○ “케이팝에 줄을 대보자”… 전 세계에서 러브콜

이런 ‘케이팝 줄 대기’ 현상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한 5월 이후에 폭증했다. 그 이전만 해도 해외 현지 음반 관계자들은 케이팝을 별종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처럼 충성도는 매우 높지만 팬 규모는 크지 않은 비주류 트렌드로 인식한 것. 이들의 시선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믿기 힘든 실질적 성과를 내자 달라졌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팝 스타는 케이팝 스타가 갖지 못한 현지 주류 매체에서의 파워를, 케이팝 스타는 해외 팝 스타를 능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졌다”면서 “서로의 비교우위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려는 ‘윈윈’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공룡들의 만남이 먼저 수면 위로 고개를 든다. 미국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는 이 게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어’인 방탄소년단을 붙잡은 것.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MIC Drop’ 리믹스 작업으로 테이프를 끊더니 최근엔 아예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Waste It on Me’를 자신의 새 앨범 ‘Neon Future III’(9일 발매)의 첫 공개 곡으로 지난달 25일 세계에 내밀었다. 미모와 음악성을 겸비해 자국 차트 1위를 여러 차례 차지한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는 최근 블랙핑크와 함께 한 노래 ‘Kiss and Make Up’을 세계시장에 내놨다.

○ 그라임스, 에이치큐… 2군 팝스타들도 속속 합류

덜 알려졌지만 흥미로운 조합들도 나온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 yyxy’는 5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를 참여시킨 곡 ‘love4eva’를 냈다. 독특한 음악과 시각효과로 유명한 그라임스는 미국 음악 웹진 ‘피치포크’ 등 해외 평단이 극찬한 아티스트. 인디 음악가에 속하지만 데뷔 초부터 “지드래곤을 좋아한다” “케이팝의 비주얼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B급 정서의 예술가는 결국 한국의 주류 걸그룹과 협업하는 파격을 택했다.

케이팝과 해외 팝 스타의 공동작업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요즘은 SNS의 개인 메시지를 통해 가수 본인들끼리 사적으로 먼저 협업을 약속한 뒤 되레 음반사에 통보하는 식도 많다”면서 “변방의 작은 문이었던 케이팝이란 창구가 팝 시장 성공을 향한 대문처럼 열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케이팝#방탄소년단#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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