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달달하며 톡 쏘는… ‘여름의 맛’ 메밀국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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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의 냉소바. 홍지윤 씨 제공
노부의 냉소바.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어렴풋한 기억으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듯하다. 여름을 앞두고 한 식품회사가 야심작으로 인스턴트 메밀국수를 처음 내놓아 광고가 한창이었다.

달달한 간장소스에 톡 쏘는 고추냉이를 살짝 곁들여서 말아 먹든 찍어 먹든 내 맘대로 먹는 메밀국수가 맵고 짠 음식을 잘 못 먹는 어린 입맛에 제대로 ‘취향 저격’이었다. 결국 그해 여름 내내 밥 대신 인스턴트 메밀국수가 주식과 간식이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먹었던 메밀국수에 진짜 메밀이 과연 들어있기나 했을까 싶다. 귀한 메밀 대신 태운 보릿가루를 넣어 가짜 메밀면을 만들어 팔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일본식 소바(蕎麥)와 한국식으로 변형된 메밀국수를 만드는 식당들이 구분되고 주와리(十割·메밀가루 100%로 만든 일본식 소바)와 니하치(二八·밀가루와 메밀의 비율이 2 대 8인 소바) 같은 일본식 소바 구분법도 웬만큼 알려진 세상이 됐다.

소바는 스시, 덴푸라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이면서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라 하여 한 해를 보내며 섣달 그믐날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메밀의 원산지는 티베트로 나라 시대 이전에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밀은 애초에 기근을 해결하는 구황작물로 취급받았고 거칠게 갈아 물로 우리의 수제비처럼 반죽하여 대나무 틀에 올려 쪄 먹거나 물에 삶아 먹는 형태(소바가키)였다. 16세기 말부터 제분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죽은 국수 형태로 발전했고 17세기 에도 시대 이후 급속히 퍼져 나가 일본의 전국 요리가 됐다. 글루텐이 적은 특성 때문에 밀가루, 마, 곤약같이 끈기를 더해 주는 첨가물을 넣으면서 메밀 함량에 따른 소바의 구분이 생겼다. 여기에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의 재능이 더해져 다양한 소바가 탄생했다. 거뭇한 껍질을 거칠게 갈아 넣어 향이 강한 이나카(田舍)소바는 나가노와 아이치현 등의 산촌에서 만들어졌다. 도정했을 때 속 부분에서 나오는 뽀얀 가루만으로 반죽한 사라시나(更科)는 도쿄 근방에서 주로 먹는다. 오리고기나 절인 청어 등 메밀에 곁들이는 고명에 따른 구분은 더 다양하다.

초여름에 꽃을 피우고 늦가을에 수확하기 때문에 추울 때 먹어야 메밀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겨울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메밀면이 진짜 냉면이라는 우리 실향민들의 주장과 맥이 닿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엔 냉장 보관과 도정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햇메밀과 묵은 메밀의 차이가 크지 않단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소바는 사시사철 인기 요리다. 특히 메밀에는 간을 해독하는 콜린 성분이 많아 음주 후 해장에 좋다니 자주 먹어 손해 볼 일 없는 음식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노부 서울 종로구 옥인길 23-6 102호, 냉소바 9900원

○ 미나미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58길, 아나고 난방 1만8000원

○ 스바루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7, 자루소바 1만1000원
#메밀국수#냉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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