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찬바람 불때 생각나는 탄탄면, 알싸하고 찌릿… 뒷맛도 개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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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이 강한 금산제면소의 탄탄면. 홍지윤 씨 제공
중독성이 강한 금산제면소의 탄탄면.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조석으로 옷깃을 여밀 만큼 공기가 차가워졌다.

냉면을 달고 살던 여름이 엊그제였는데 이젠 따뜻한 국물이 고파진다. 따뜻한 국수라면 잔치국수나 칼국수를 생각하겠지만 정작 내가 이 계절에 더 자주 찾는 건 중국 요리 ‘탄탄면(擔擔麵·단단몐)’이다. 어디든 탄탄면을 잘하는 집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 본다.

탄탄면을 처음 맛본 건 홍콩에 거주하던 10여 년 전이다. 요리 좀 하는 홍콩 현지인이 하루에 한두 테이블의 예약을 받아 자신의 집 주방에서 요리를 해주는 일명 ‘프라이빗 키친’에서다. 오래전 부모님이 쓰촨성에서 건너와 홍콩에 정착했다는 중년 부부는 어릴 적부터 먹던 다양한 요리를 솜씨 자랑하듯 만들어냈다. 혀끝이 찌릿해지는 화자오(花椒)를 주제로 한 변주곡 같은 쓰촨요리들은 생소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탄탄면. 간수를 넣지 않고 반죽한 도톰한 흰 면에 라유(중국 고추기름)와 간장으로 간을 하고 다진 파와 땅콩, 화자오 가루를 뿌려 비벼먹는 국물 없는 탄탄면이었다.

원조인 쓰촨성은 물론이고 홍콩과 상하이, 일본과 한국에서 요즘 먹는 탄탄면은 대부분 국물이 있다. 수십 년 전 일본으로 귀화한 쓰촨성 출신의 한 중국인 요리사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라멘과 탄탄면을 접목해 재창조했다. 라멘 국물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원래 탄탄면은 쓰촨성의 청두(成都)에서 시작된 길거리 음식이다. 장사꾼이 한쪽에는 냄비, 다른 한쪽에 면과 양념을 매단 저울처럼 생긴 천칭봉을 어깨에 메고 거리를 다니며 팔았다. 천칭봉을 부르는 사투리가 ‘탄탄(擔擔)’이어서 탄탄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포장마차나 수레 없이 사람이 짊어지고 다니는 이동식 요리이다 보니 애초에는 국물 없이 비벼 먹는 형태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세로 자리 잡은 국물 탄탄면은 닭이나 돼지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깨를 갈아 걸쭉하게 만든 즈마장(芝麻醬)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숙주, 청경채, 자차이 등 채소와 중국된장으로 간하여 볶은 다진 고기와 다진 땅콩을 고명으로 얹고 화자오 가루를 뿌려 쓰촨의 향기로 마무리한다. 먹기 직전에 식초와 고추기름을 조금 첨가하면 국물의 뒷맛이 개운해진다. 알싸하고 찌릿하며 고소하고 개운한 탄탄면은 자꾸 먹을수록 빠져들고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요리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금산제면소 서울 중구 소공로6길 13, 탄탄면 1만2000원
○ 탄탄면공방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6길 25, 02-2068-8598, 탄탄면 7000원
○ 쮸즈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9, 02-6081-9888, 탄탄면 7000원
#탄탄면#단단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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