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쫄깃한 살, 달달한 양념… 너, 찜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비린내도 없고 육질이 부드러운 ‘홍콩식 밥도둑’ 석반어찜. 홍지윤 씨 제공
비린내도 없고 육질이 부드러운 ‘홍콩식 밥도둑’ 석반어찜.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고기보단 생선을 좋아하는 편이다. 고기 사줄까, 회 사줄까 하면 단연 회 사주는 사람을 따라갈 터이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고기보다 생선을 주로 먹었던 부모님 덕에 고기는 어쩌다 먹던 별식이고 매일 반찬으로 오르는 것은 거의 생선이었다. 지금도 고기보다 생선을 즐기니 어릴 적 식습관이 평생을 가는 셈이다. 어차피 일상으로 먹는 고기는 소, 돼지, 닭뿐이지만 생선은 그보다 종류도 많고, 값도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가.

남편의 전근으로 홍콩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생선과 해산물 요리들을 먹어본 건 홍콩 살며 가장 좋았던 점이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많지만 그중 백미는 역시 청증선어(淸蒸鮮魚)라고 하는 석반어(石斑魚)찜이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이 물고기들을 처음 봤을 땐 열대어처럼 현란한 것이 과연 맛이 있기는 할까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먹어 보니 비린내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기가 가히 최고였다.

석반어는 우리로 치자면 다금바리(능성어)류의 생선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데 그 수가 적어 몸값이 매우 비싸다. 청증선어는 이름 그대로 살아있는 신선한 생물을 쪄서 먹는 요리다. 회를 즐겨 먹지 않는 그들에게 살이 부드럽고 몸값이 비싼 생선의 값어치를 살리자면 단시간에 살짝 쪄 먹는 것이 최고라고 여긴 듯하다.

이 청증선어가 생각날 때 수산시장에 가서 우럭을 잡아온다. 다금바리라면 더 좋겠지만 가격을 따지면 우럭이 만만하다. 우럭을 회나 매운탕으로 주로 먹지만 쪄서 먹으면 색다르다. 너무 큰 것보다는 찜솥에 들어갈 만한 1kg 내외의 적당한 크기가 찌기 편하다.

찜으로 먹으려면 비늘과 내장을 제거해 준다. 집에 오면 다시 배 속에서 핏물이 안 나올 때까지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닦고 생선 앞뒤로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참기름을 살짝 발라 20∼30분 둔다. 찜통에 김이 오르는 동안 생강, 대파, 홍고추를 채 썬다. 김이 한껏 오르면 우럭을 찜통에 넣고 채 썬 생강을 가지런히 우럭 위에 얹어 뚜껑을 덮어 찐다. 찌는 시간은 생선 무게 100g당 1분 30초로 계산하면 얼추 맞는다. 찜찜하다 싶으면 2, 3분을 보태면 된다.

생선이 거의 쪄지면 작은 편수 냄비에 물 10큰술, 간장 1큰술, 어장(피시소스) 1큰술, 설탕 3작은술과 후춧가루를 섞어 김이 날 정도로만 살짝 데운다. 다른 작은 냄비에 식용유 4분의 1컵을 붓고 기름에서 연기가 날 때까지 데운다. 찜통에서 꺼낸 우럭을 접시에 담고 채 썬 파, 고추를 얹은 후 연기 나는 식용유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쭉 들이붓는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야 제대로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장 들어간 양념장을 생선에 끼얹는다. 요리 끝이다. 밥 한 그릇이 그냥 넘어가는 ‘홍콩식 밥도둑’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석반어#다금바리#우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