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웬만한 일 제쳐두고 걸어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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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하늘이 높고 푸르다. 창밖만 내다보면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가을 빚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당장 뒤로 미룰 수 있는 일이라면 나중에 더 힘들더라도 일단 응하고 봄)고 했으니, 웬만한 일 제쳐두고 거리를 걸어볼까.

‘가을에 중 싸대듯’(매우 바쁘게 싸돌아다님) 하지 말고 느긋하게. 비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잠깐 오다 그치기 마련이다)고 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가을걷이를 할 때 매우 바쁘고 손이 모자람)는 속담은 오늘은 없는 것으로 치자.

‘가을에는 손톱 발톱이 다 먹는다’(식성이 좋아져서 많이 먹게 된다)고 했으니, 저녁에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가을 상추로 쌈을 싸먹을까. ‘소 발자국에 괸 물도 먹는다’(가을의 물은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가을의 물도 한 모금 들이켜고…. ‘가을 부채’(필요한 때가 지나 소용이 없어진 것) 팔랑대면 세월 가는 줄 모르리.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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