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정조의 ‘맘대로’ 거리 계산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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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융릉. 동아일보DB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융릉. 동아일보DB
조선 형률(刑律)의 바탕은 중국 대명률(大明律)이었다.

죄인의 유배지도 대명률에 따라 2000리, 2500리, 3000리의 세 등급으로 정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한양에서 조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함경도 경원부까지도 1700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만드는 웹진 ‘담(談)’에 따르면 세종 시기에 각각 600∼900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유배지의 거리를 가깝게 조정했다.

하지만 정조 때 횡령죄를 저지른 김약행에게는 3000리를 채워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래서 그의 유배 코스는 한양→기장(경상도)→평해(강원도)→단천(함경도)으로 한반도를 오르내렸다. 이른바 ‘곡행(曲行)’이다.

정조가 법이 정한 거리에 항상 엄격했던 건 아니다. 조선 왕릉은 임금이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도록 도성에서 80리 안에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융릉(현 경기 화성시)을 88리 떨어진 당시 수원에 만들었다. 그만큼 명당이었기 때문이다.

대신들의 반대에 대한 정조의 말은 이랬다. “도성부터 수원까지 거리를 80리로 정하라.”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선 정조#사도세자 융릉#수원 융릉#정조의 맘대로 거리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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