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이름없는 작은 별들에게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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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잠깐 연극을 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큰 무대에 서려면 모놀로그나 워크숍 등 작은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야 했다. 대사를 한 글자라도 틀릴까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늘 대본을 중얼거렸고 ‘사투리를 쓰는 엄마’ 역을 맡았을 때는 부산 출신 친구에게 ‘특훈’도 받았다. 결국 연기에는 큰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닫고 주로 스태프로 동료들을 돕는 데 만족했지만 단 한 장면 등장하는 ‘노인’ 배역을 받아 처음 큰 무대에 섰던 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달음질하는 심장, 관객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무대, 나에게 조명이 켜지는 마법 같은 순간 말이다.

tvN 드라마 ‘써클’은 최근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마법 같은 엔딩을 남겼다. 주연뿐 아니라 ‘노숙자’ ‘보안요원’(사진) ‘불륜남’ ‘홀로그램’으로 기억되는 배우들도 자신의 진짜 이름과 함께 엔딩 화면을 장식했다. 우리가 톱스타만 바라보는 동안 수많은 별들이 찰나의 장면, 무대의 빈 공간을 함께 채운다. 그리고 그들은 반짝이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드라마 써클#톱스타#작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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