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머니 머니 해도 ‘정성 한 다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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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솔직히 불쾌했다.

어버이날에 ‘돈(꽃)다발’(사진)이라니. 그래도 이런 날은 정성이 중요한 거 아닌가.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찾아보니 종류도 많다. 돈 티슈, 돈 케이크…. 돈 티슈는 한 장씩 따라 뽑히는 갑 티슈 형태다. 하필 돈 가지고. 이리도 각박하고 메마르다니. 왠지 지폐에 둘러싸인 꽃이 슬퍼 보였다.

그런데 8일 저녁 퇴근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만든 카드를 받고 나서다. 앙증맞게 꾹꾹 눌러 쓴 글을 읽다 빵 터졌다. ‘엄마 아빠, 공부 많이 할 테니 돈 좀 주세요.’ 여섯 살배기가 공부니 돈이니 뭘 안다고. 거참, 어디서 주워들은 얘긴지.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아마 돈다발도 마찬가지일 터. 어디 어른들이 액수가 많아야 좋아하실까. 어차피 드리는 용돈. 다들 재밌다 즐거워하셨을 게다. 그럼 됐지, 그럼 된 거지. 말 나온 김에 다음 생신이나 어버이날엔 뭘 드릴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동안 뭘 좋아하셨나. 얼마나 무심했던지. 얼른 찾아뵙고 손자 재롱부터 보여드려야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돈다발#꽃다발#어버이날 돈다발#돈 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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