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마음속의 독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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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오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넬슨 만델라(1918∼2013)가 당선됐다. 지구 반대편 나라 인권운동가로만 알던 내게 그의 삶을 처음으로 유심히 들여다보게 한 건 2010년 개봉한 영화 ‘인빅터스’였다.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당선 이듬해 인종차별의 상징인 럭비팀을 없애자는 여론을 달래고 오히려 인종화합을 목적으로 럭비월드컵을 유치한다. 국가대표팀 주장 피나르(맷 데이먼·사진)는 영화 중반 만델라가 흑인 인권운동을 했다는 죄로 27년간 투옥됐던 교도소 독방을 찾아간다. 짐승 우리처럼 좁은 독방에 들어간 피나르는 한동안 말을 잊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이런 공간에 갇혀도 희망을 스스로 싹틔우며 기약 없는 27년을 버틸 수 있겠는가.’

마음의 고통은 혼자만의 것이다. 마음속 독방에서 무엇을 붙들지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만델라의 희망은 ‘흑인 인권운동은 죄가 아니다’는 확신에 근거했을 거다. 나는 어떠할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첫 흑인 대통령#넬슨 만델라#인빅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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