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기자의 억지로 쓰는 문화수다]반갑다! 모바일로 부활하는 ‘아재 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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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 ‘삼국지 조조전’. 넥슨 제공
최근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 ‘삼국지 조조전’. 넥슨 제공
정양환 기자
정양환 기자
 며칠 전, 오랜만에 걸려온 고교 동창의 전화. 다짜고짜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 울컥했다는 얘기를 꺼낸다.

 “와? 시국 때매 그라나. 아이면 트럼프 대통령 돼 갖꼬?”

 “아이다. 니 ‘삼국지’가 핸드폰게임 나온 지 알았나. 우리 밤 꼴딱 새던 거. 와, 지금 막 여포하고 관우가 일기토(一騎討·일대일 대결을 뜻하는 일본어 ‘잇키우치’에서 온 말)하다가….”

 이런 미친 놈. 확 제수씨한테 일러바쳐 ‘레알’ 일기토 뛰게 해줄까 보다.

 근데 알아 보니 모바일게임 ‘삼국지 조조전’이 진짜로 요새 인기 있다. 지난달 6일 출시돼 열흘 만에 구글 게임 매출 5위에 올랐단다. 흠, 이렇게 말하니 제품 광고도 아니고…. 1985년에 1편이 나왔으니 30년이 넘은 ‘노땅’ 게임인데 왜 이리 난리일까.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넥슨에 전화를 걸어봤다.

 “아휴, 최근 게임업계도 ‘복고’가 완전 대셉니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겼던 30대 이상 중년 ‘아재’들이 추억의 게임에서 진한 ‘향수’를 느끼는 거죠. 유명 게임은 이름값이 있어서 새로운 유저들도 유입이 잘됩니다. 삼국지뿐만이 아니에요. 타사도 여러 복고게임을 선보여 반응이 좋습니다.”(이영호 넥슨 홍보부장)

 실제로 그랬다. 요즘 화제인 ‘프린세스 메이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스톤에이지’ ‘퀴즈퀴즈’ 등은 다들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 PC게임으로 화제였던 타이틀들. 다음 달엔 한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리니지’도 모바일게임으로 나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복고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런 복고게임은 이용자의 나이대도 튄다. ‘삼국지 조조전’의 공식 카페 회원연령을 살펴보니 30대 이상이 59.4%나 된다. 40대 이상도 약 8%로 적지 않다. ‘리니지’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김창현 홍보팀장은 “실제로 30대 이상이 60%를 넘어 ‘아재게임’이라고도 불린다”며 “여타 게임은 10, 20대가 70∼80%를 차지하는 양상과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중년의 모바일게임 붐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직장과 가정생활로 바쁜 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기란 용의치 않다. 허나 항상 붙들고 있는 휴대전화로라면 출퇴근시간 등에 잠깐잠깐 즐기기 좋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년 이용자들은 경제력이 뒷받침돼 유료 아이템 구매도 많은 VIP”라며 “개발사들이 ‘복고게임’의 조작법을 크게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이유도 ‘익숙함’이 이런 게임의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뭐, 누이 좋고 매부 좋다니 딱히 둘 훈수는 없다. 다만 묘한 이질감이 잘금잘금 밀려온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골방에 처박혀서 밤새던 게 뭐 좋다꼬. 별 기 다 추억이다.”

 “과거라꼬 포장하는 거 같재? 그기 아이다. 그땐 어깨 위에 돌땡이가 없었자나. 그 시간이 그리분 기다, 지금도…. 지나고 나믄 ‘그땐 그랬지’ 하고 떠올리지 않겄나.”

 그럴까. 또 다른 세월이 흐르면 웃으며 돌아볼까. 글쎄…. 21세기, 찌질한 아재끼리 소주나 한잔해야겠다. 간만에 오돌뼈(오도독뼈) 안주에. 뭐라도 씹어야 할 테니.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삼국지 조조전#모바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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