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물고기 바로 낚아 구이 한다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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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서혜림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인기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추천받아 먼저 감상했다. 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시골인 고향에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는 이야기다. 일본판에서도, 한국 버전에서도 복잡한 인물들 간의 갈등 같은 것은 없다.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 구조지만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귀촌영화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요리영화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시골에 사는 나에게는 귀촌 이야기로 다가왔다. 3년을 시골에 살고 있으니, 혜원(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이 겪은 사계절을 세 번 겪은 셈이다.

귀촌인의 눈에 비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아 보였다. 바지를 걷고 개천에서 직접 낚시를 해 생선구이를 한다거나 토마토를 먹다 밭에 던져서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영화가 아닐 테니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난 3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골에 살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이 된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도시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자친구는 시험에 합격하고, 혜원은 합격하지 못한 상황이다. 매일 편의점 도시락 따위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리고 왜 돌아왔냐고 묻는 친구에게 ‘잘 먹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리고 시골에서 1년을 묵묵히 살아내며 단순해 보이는 텃밭농사와 요리를 한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이 낫는 이상한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 것 같다.


귀촌인들은 귀촌 첫해에 영화와 비슷한 경험들을 하는 것 같다. 흙을 만지고, 직접 토마토를 기르고 수확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겪으며 마음을 비워내는 경험을 한다. 도시에서 먹던 음식들도 어차피 어딘가 시골의 농부가 지은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시골에서는 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영화에서처럼 직접 농사를 지어 먹지 않아도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시간과 함께 마음이 비워지고 나면 무엇이 스스로를 괴롭혔는지 이해하고 치유되는 시간도 겪는 듯하다.

도시에 살 때는 쉴 때도 바쁘게 쉬었던 것 같다. 농사를 짓지 않고 창업을 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삶의 패턴만 보면 도시에서 살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훨씬 더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아닐까 싶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고, 출근과 퇴근길에 각 계절이 주는 특별한 소리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물론 시골에 산다고 모두가 안정을 찾고, 좋기만 할 리는 없다. 또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도저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면 일단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인다면 일단 시골 1년 살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서혜림

※ 필자는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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