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스님의 밥상을 엿보다] <4회> 진주 의곡사의 음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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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소중하다.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에 ‘먹는 것은 사는 것’이다. 음식에는 마음이 들어있다. 만든 이와 먹는 이의 마음이 음식을 통해 만난다. 음식은 삶에 활력소를 준다. 색다르고,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은 일상의 재미중 하나다.

대중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먹방’ ‘쿡방’ 덕분이다. 요리는 어렵고 귀찮은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소박하기만 한 스님들의 밥상에도 마음과 즐거움이 있다.

스님들의 밥상에는 어떤 마음과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1년간 그것을 찾아 나선다. 》


주지인 원담 스님에겐 먹는 것도 수행이다. 스님은 언젠가 왼손으로 먹는 한 스님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오른손으로 먹으면 절제가 안 되고 빨리 먹기 때문에 수행자임을 자각하기 위해 왼손으로 먹는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먹을 때조차 깨어있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음식 해주는 사람의 수고로움을 생각해서 감사히 먹으면 그게 잘 먹는 것이고 곧 수행”이라며 “그렇게 먹는 음식은 약이 된다”고 말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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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곡사에 사시는 스님 네 분이 함께 모여 저녁공양으로 나온 장국수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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