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엔 7080추억이… 남도 밥상엔 산-들-바다 ‘삼합’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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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떠나요! 신토불이 맛기행]<5>힐링-별미 테마 남도관광열차 ‘S트레인’

《 “안녕하세요. 여기는 남도로 떠나는 낭만열차 S트레인(S-train) 3호차입니다. 듣고 싶은 음악이나 전하고 싶은 사연을 주시면 정성껏 보내 드리겠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코레일 남도관광열차 S트레인은 수원∼천안∼서대전역에서 잇따라 손님들을 태우고 남도 땅(전주, 남원, 순천, 여수)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산야는 온통 신록이다. 코레일이 운행하는 관광열차는 모두 6개. 비무장지대를 둘러보는 DMZ트레인, 강원 정선아리랑이 주제인 A트레인, 서해 금빛 노을을 감상하는 G트레인, 강원 협곡과 내륙 관광의 V트레인과 O트레인, 그리고 남도 땅을 둘러보는 S트레인이다. 》  
코레일 관광열차 S트레인(S-train)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남도 땅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어 ‘슬로 기차여행’으로 불린다. 코레일 제공
코레일 관광열차 S트레인(S-train)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남도 땅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어 ‘슬로 기차여행’으로 불린다. 코레일 제공
○ 여유와 힐링의 남도여행

‘S’라는 이름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S’ 모양이어서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순천만 갈대밭으로 밀려들어 오는 바닷물 형상이 ‘S’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S트레인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남도 땅 자연 경관과 풍성한 문화를 경험하는 데 있을 것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슬로 기차여행’으로도 불린다.

이 열차는 전주 한옥마을, 남원 광한루, 순천 자연생태공원, 보성 녹차밭, 여수 엑스포, 하동 금산 보리암 관광을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달 말까지 전라선 득량역은 시간으로의 여행이다. 1970, 80년대 교복을 입어 보고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코스프레 축제’도 열린다. 역에서 내리면 다방, 만화방, 정미소, 이발소 등 1960, 70년대 거리를 연상케 한다. 역 입구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거리를 걸으며 가게에서 뽑기와 녹인 설탕과 소다를 섞어 만들어낸 달고나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열차 안은 추억 콘텐츠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래사냥’, ‘육군 김일병’, ‘청실홍실’ 등 1970, 8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 포스터, 초등학교 교실에 있던 나무의자와 풍금, 그리고 사방치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도 재연할 수 있다. 승무원에게는 옛날 음악다방에서 신청했던 방식대로 노래를 신청하면 된다.

이날도 함께 기차 여행을 온 여고 동창들이 신청한 ‘여고졸업반’, ‘서니(Sunny)’ 등이 흘러나왔고, 가족끼리 열차에 오른 그룹은 ‘오 해피 데이’를 신청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전주∼남원∼순천∼여수엑스포까지 운행한 뒤 다시 서울로 되돌아온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순천과 보성까지 운행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는 곳이 보성 녹차밭 코스다.

보성은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지만 미국 CNN방송이 ‘세계에서 가장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 31선’으로 선정한 보성 녹차밭이 일품이다. ‘녹차 수도’임을 자임하듯 보성에서 율포로 가는 산하는 녹차와 그 향기가 그윽하다. 한국차문화공원에서 향기에 푹 빠져 보자. 이달 22∼26일 한국차문화공원 및 보성차밭 일원에서는 보성다향제도 열린다.

○ 녹차와 남도밥상

전남 보성에서 만난 신토불이 재료로 만든 남도 어머니밥상(위). S트레인을 타고 전남 순천과 보성 일대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짱뚱어탕. 보성·순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전남 보성에서 만난 신토불이 재료로 만든 남도 어머니밥상(위). S트레인을 타고 전남 순천과 보성 일대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짱뚱어탕. 보성·순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남도밥상이다. 청정한 남도 갯벌과 질 좋은 토양에서 생산된 신토불이 먹을거리는 몸과 마음을 다 잡는다. 벌교에 가면 꼬막찜과 무침, 전, 탕이 한꺼번에 나오는 꼬막정식을 빼놓을 수 없다. 득량만과 순천만 일대 갯벌에서 잡히는 짱뚱어로 끓여 낸 탕은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정성 가득하고 소박한 밥상 중 하나가 득량역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어머니밥상’이다. 들녘에서 자란 머위를 투박하게 잘라 와 정성스럽게 담근 장아찌와 줄기 볶음, 갈치와 전어내장으로 발효시킨 젓갈, 돌게로 담근 게장이 상에 오른다. 5월에만 맛볼 수 있다는 죽순초무침은 운이 좋아 만났다. 보성군 선은미 문화관광해설사는 “취나물과 고사리, 엉겅퀴를 듬뿍 넣고 토실토실한 득량만 바지락과 들깻가루로 맛을 낸 된장국은 보성에서 만날 수 있는 산과 들과 바다의 또 다른 ‘삼합’”이라고 소개했다. 적당한 성장기에 녹차가루를 먹여 키운 보성 녹돈(綠豚)과 녹우(綠牛)도 농협에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보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7080#남도관광열차#S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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