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냉랭한 한일관계 속에 뜨거운 음식한류 이끈 ‘치즈닭갈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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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랭한 한일관계 속에 뜨거운 음식한류 이끈 ▶치즈닭갈비◀

#2,3
“우와, 메차 오이시(엄청 맛있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의 ‘시장닭갈비’집.
사이타마(埼玉) 현에 사는 와카 양은 이날 방과 후 40분간 전철을 타고
친구 유이 양(15)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치즈닭갈비를 맛보기 위해서죠.

#4
“학교 친구들 절반 정도는 이 집에서 치즈닭갈비를 먹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
-와카 양

#5
1년 전만해도 신오쿠보는 썰렁했습니다. 이곳 한인 상권은
2012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혐한 바람’에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 한숨을 쉬어야만 했죠.

#6
하지만 최근 이곳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침체됐던 상권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이죠.
이곳 상인들은 그 원동력이 바로 ‘치즈닭갈비’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7
“올 초부터 갑자기 일본 젊은이들이 몰려왔다. 치즈닭갈비 덕분. 지금은 인근
모든 한국계 음식점이 치즈닭갈비를 메뉴판에 올렸다.”
-신오쿠보에서 판교냉면집을 운영하는 차종일 사장

#8
그 원조격인 시장닭갈비를 운영하는
조경채 해피 엔터프라이즈 사장도 똑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지난해 말부터인 것 같습니다.
SNS 인스타그램에서 반응이 엄청나다고 들었고, 최근엔 일본 TV 방송들이 몇 번 찍으러 왔어요. ‘줄서서 먹는 맛집’이라고요.”
#9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치즈 닭갈비를 치면
일반인이 올린 인증 샷이 5만 건 이상 나오죠.
시장닭갈비 집은 일본 음식점 전문 사이트인 구루나비의
2월과 3월 단일 음식점 조회 수 1위에 등극했죠.

#10, 11
덩달아 주변의 한류 슈퍼, 한국 화장품점 등도 손님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일관계 악화 속에서도 음식 한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을 두고
세상 여론과 무관하게 개성을 좇는 일본 청년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의 젊은 층은 TV도 잘 안 보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죠.
또 정보의 유통 경로가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끼리끼리’ 공유되는 SNS라는 점도 특징이죠.

#12
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기 위해
호기심을 자극받아서 그리고 자신도 인증 샷을 올리기 위해 움직입니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비주얼의 치즈닭갈비는 그런 점에서
젊은 층의 SNS에 적합한 메뉴였을지도 모르죠.

#13
“한국도 일본도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가치관과는 다른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열어 나갈 미래 한일관계는 지금과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대중문화 저널리스트인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 씨

원본: 도쿄=서영아 특파원
기획·제작=김재형 기자·김한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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