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X세대’부터 ‘흙수저’까지…신어로 본 한국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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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어(新語)’로 본 한국사회-사회 불만 표현 수위 높아졌다

#2.
“방학이 되면 국내파와 해외파 오렌지족이 어울려 사치 퇴폐 행각을 일삼는다. (중략) 종전엔 식당이나 록카페에서 파트너를 물색했는데, 요즘엔 그랜저 승용차 등을 몰고 가다 길가는 여학생 옆에 세워놓고 ‘야, 타라’ 하며….”(동아일보 1994년 1월 22일자)

“1990년대 초반 오렌지족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녔던 이유는
당시 급격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비추는 ‘사회적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3.
사람·세대를 지칭하는 신어(新語)가 한 해 수백 개씩 쏟아집니다.
동아일보가 당대 혹은 지금까지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말을 중심으로
최근 25년(1992~2016년) 동안 시대를 따라 흐른 신어 211개를 정리했습니다.
오렌지족 이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거울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4.
1994년 국내에 ‘X세대’가 등장했습니다.
한 화려한 TV 광고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된 X세대는
통통 튀는 ‘신세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정착했죠.
정치적 신인류라 할 ‘386세대’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죠.

“가난 탈출이나 군사독재가 시대적 화두였던 이전과 달리
1990년대는 경제적 안정과 민주화가 함께 발흥한 시기다.
본격적으로 소비문화가 발흥한 시점에 두 신어(오렌지족, X세대)가 유행한 건 우연이 아니다.”
-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5.
신어들을 보면 1990년대는 낙관과 비관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던 시기였습니다.
긍정 혹은 가치중립적 신어(15개)와 부정적 신어(16개)의 비율이 거의 동일했죠.
하지만 1997년경 한국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신어 ‘왕따’도 탄생했습니다.
왕따는 점차 과열돼 가던 경쟁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죠.

#6.
21세기 초반 신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세대’가 확산됐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족’이 인기를 끌었죠.
반면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에 회사 다니면 도둑) ‘이태백’(20세 태반이 백수) 등 우울한 세태를 반영한 신어도 많았습니다.
‘얼짱’ ‘몸짱’ ‘꿀벅지’ ‘베이글녀’ 등은 한국적 외모지상주의를 그대로 반영했죠.

#7.
최근 신어들은 파괴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같은 의미라도 ‘성형미녀’가 아닌 ‘성괴’(성형괴물)로 더 파괴적이죠.
부모 신세를 지는 젊은이들을 부른 ‘캥거루족’(1990년대 후반) ‘연어족’도
‘빨대족’ ‘등쳐족’(부모 등쳐먹는 족속) 등 공격적으로 변모했습니다.
계층·계급적 불만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태백’ ‘88만원 세대’ ‘n포세대’ ‘헬조선 세대’ ‘흙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으로 신어의 의미는 갈수록 더 과격해지죠.

#8.
“신어는 당대의 사회 구성원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정의 가치가 점점 노골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남길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앞으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신어가 쏟아지는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을까요?

원본: 정양환·유원모·이지훈 기자
기획·제작: 이유종 기자·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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