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기타와 닮았지만 첼로처럼 켜는 악기 ‘아르페지오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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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타를 열심히 연습해서 잘 치게 됐지. 그런데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긁는’ 악기도 연주해보고 싶은데.”

이런 상상, 해보신 분 있겠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첼로처럼 켜는 악기로 기타를 개조하는 겁니다. 물론 손을 보아야 하겠죠. 기타는 여섯 줄이 같은 높이로 달려 있지만, 켜는 악기로 만들려면 한 줄을 켜는 동안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도록 왼손을 짚는 지판(指板)이 둥근 원호 모양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기타보다 허리가 홀쭉해야 활을 사용하기 쉽겠죠.

묘한 발상 같지만 전혀 엉뚱하지는 않습니다.만돌린의 경우 각 현의 음높이가 바이올린과 똑같아 두 악기 모두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타의 쌍둥이 격인 켜는 악기를 만들어보기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실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1823년 오스트리아 빈의 악기 장인 요한 게오르크 슈타우퍼가 이런 악기를 만들어 ‘아르페지오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이 악기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문제는, 이 악기가 인기를 끌지 못하고 곧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주로 첼로로 연주합니다. 그런데 아르페지오네는 첼로보다 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비올라로 연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올라로 연주할 때는 원곡의 낮은 음을 올려서 연주해야 합니다. 게다가 첼로와 비올라는 네 줄, 아르페지오네는 여섯 줄이기 때문에 원곡 악보대로 연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편곡은 불가피합니다.

문헌으로 남은 아르페지오네를 복원해 연주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어차피 본래의 악기가 사라졌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 소나타는 관악기용으로도 즐겨 바꾸어 연주됩니다. 클라리넷, 플루트, 심지어 튜바를 닮은 ‘유포니움’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지난 일요일(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지안 왕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듀오 콘서트에서는 가장 친숙한 형태인 첼로와 피아노 협연으로 이 작품이 연주됐습니다.

이 콘서트는 17일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 18일 경남 진주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어집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르페지오네#첼로#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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