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역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본 ‘지는 미국, 뜨는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中 현대국제관계硏 위안펑 부위원장의 ‘400년간 없었던 국면 변화’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미국 전문가 위안펑(袁鵬) 부위원장의 ‘400년간 없었던 국면 변화(四百年未有之變局)’는 냉전 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 권좌에서 내려오는 미국의 위상 변화를 보다 긴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중국 미국과 세계의 신질서’라는 부제에서 보여주듯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논증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수년간 겪고 있는 위상의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난 400여 년의 거대한 역사적 물결의 변화 속에 있음을 설명한다. ‘400년’은 서유럽에서 30년 전쟁이 끝난 후 1648년 체결된 베스트팔렌조약으로 현재의 근대국가 체제가 들어선 것을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다.

위안 부위원장은 미국이 현재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주요 전쟁을 겪으면서 이를 외부적 팽창과 내부 혁신의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민주국가이자 군사국가’라며 “전쟁이야말로 미국 역사 발전의 주요 화두”라고 밝혔다. 현재도 미국의 국방 예산이 전 세계 국방 예산의 절반가량, 군사 분야 연구개발비가 전 세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위안 부위원장은 소개한다.

먼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통해 독립국가로서 자본주의 국가로 가는 장애를 제거했다. 1950∼53년 6·25전쟁은 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했고, 1991년 이라크전쟁을 통해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으며, 1999년 코소보 독립전쟁은 구소련의 서진(西進)을 저지했다. 무엇보다 구소련과의 냉전(冷戰)에서의 승리는 미국을 ‘유일 초강대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안전을 보장받는 최강의 경제 대국’을 구가할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시대가 끝나고 등장한 ‘신시대’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잡았다. 첫째는 신흥대국의 무더기 출현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굴기하거나 국력을 회복하면서 주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둘째는 이런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유럽의 분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나타난 국수주의 확산 등 서방 세계의 정체성 혼미다. 셋째는 국가가 아니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테러단체 등 민간단체의 활동이 중요해졌고,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세계’도 기존 국가 중심의 시각으로는 국제사회 변화를 해석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는 미국#뜨는 중국#위안펑#400년간 없었던 국면 변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