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코미디언 출신 작가의 동화… 기발한 상상력에 감동 가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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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윌리엄스의 ‘미드나이트 갱’

 1년 중 영국 출판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시기는 성탄절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물로 책을 한 권씩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지난해 성탄절 판매 기록을 분석해 중점적으로 판매할 책을 골라 여름에 제작해 가을쯤 홍보를 시작한다. 출판사의 한 해가 성탄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지난 성탄절 판매 기록 1위는 놀랍게도 어린이 책 ‘미드나이트 갱’에 돌아갔다. 한국 독자들에게 저자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영국에서 그는 전설적 이야기꾼 로알드 달을 잇는 어린이물 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책은 전 세계 4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현재까지 출간된 10종의 누적 판매 부수는 1250만 부에 이른다.

  ‘미드나이트 갱’은 그의 10번째 책으로 지난해 11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이후 처음으로 6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야기는 상류층 기숙학교에 다니는 톰이 크리켓 게임 도중 머리에 공을 맞고 병원에 실려 오면서 시작된다. 톰이 실려 온 병원에는 무언가 수상한 낌새가 있다. 무섭게 생긴 수위와 심술궂은 간호사를 피해 어린이병동에 누운 톰. 훌륭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의 마음에는 언제나 세계를 누비며 바쁘게 일하는 부모의 부재가 상처이자 그리움이었다. 자명종이 자정을 알린 시간, 병동에서 잠들었던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뜨고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간다. 톰은 두통과 향수병을 느낄 새도 없이 그들을 따라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아이들이 향한 곳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이다. 형광등을 밝히자 하얀 눈발이 폴폴 날리는 남극의 정경이 펼쳐진다. 오래 묵힌 얼음을 갈아 남극의 정취를 재현한 것. 남극에 가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던 소녀 앰버를 위한 이벤트였다. 앰버는 톰에게 “이 병원에는 전통적으로 ‘미드나이트 갱’이라는 비밀 결사단이 있었고, 여기 속한 아이들은 서로 돌아가며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설명한다.

 작가 윌리엄스는 2008년 ‘원피스를 입은 소년’으로 데뷔했다. 그는 TV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 심사위원으로 알려진 인기 코미디언이다.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좋은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글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가 차츰 글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성(gender)의 경계를 자유롭게 뛰어넘는 기발한 상상력,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유머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의 성공으로 인해 ‘작가가 꼭 전문적인 습작 훈련을 밟은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적잖은 영국 출판사들이 신예 코미디언들이 모임을 갖는 클럽을 찾아가 재능 있는 작가 후보를 찾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바야흐로 영국 출판계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이 활동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데이비드 윌리엄스#미드나이트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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