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다른 두 승부사, 같은 수를 던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9일 05시 45분


코멘트
국내 화장품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수장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위)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회장이 ‘외고집’ 승부사라면 차 부회장은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이뤄낸 케이스다. 이러한 전략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산업 고도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제공 l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수장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위)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회장이 ‘외고집’ 승부사라면 차 부회장은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이뤄낸 케이스다. 이러한 전략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산업 고도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제공 l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화장품 외길…경쟁력 키워 매출 6조원
해외 개척해 글로벌 뷰티 회사 탈바꿈
“빅데이터 분석, 업무 프로세스 고도화”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다각화
화장품·생활용품·음료 시너지 극대화
“사업구조 고도화하고 생산성 높일 것”

국내 화장품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수장들의 ‘같은 듯 다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그 주인공으로, 올해로 각각 20년·12년째 장기 집권 중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들은 정체됐던 회사를 혁신하고 고성장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전략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외길 승부

우선 서 회장은 ‘외고집’ 승부사다. 다른 분야에 한눈 팔지 않고 오직 화장품에만 몰두한 것이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서 회장 취임 20주년 만에 매출액 6조6976억원·영업이익 1조828억원의 우량 기업으로 이끈 것이 그 결과물이다.

지난 1997년 3월18일 태평양 대표이사에 취임한 서 회장은 21세기 기업 비전을 ‘미와 건강 분야의 브랜드 컴퍼니’로 정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해 경로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티놀 2500’을 출시했고, ‘아이오페’·‘설화수’ 등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속했다. 1996년 당시 94억원이었던 수출액이 지난해 글로벌 사업 매출액 1조6968억원을 기록하며 약 181배 규모로 성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기존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했던 해외사업을 2002년부터 직접 진출 형태로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현재 14개국에서 19개 국외법인을 운영하며 해외에서만 320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뷰티 회사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웠고, 유럽 시장에서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LG생활건강, 품목다각화로 영토 확장

차 부회장의 LG생활건강은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이뤄낸 케이스다. 지난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수장으로 취임한 차 부회장은 생활용품 기업에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필두로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선 것을 필두로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2013년 영진약품 드링크사업, 2014년 차앤박화장품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애완용품(팻케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목우촌과 가공육 판매대행, 개인 유전자를 이용한 건강 사업 진출을 알렸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사업의 3대 축을 바탕으로 사업간 시너지를 낸다는 게 주요 골자로, 이는 곧 성과로 드러났다. 차 부회장 취임 전인 2004년 매출 9526억원·영업이익 544억원에 그쳤던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내며 매출 6조941억원·영업이익 8809억원을 기록했다. 차 부회장 취임 12년 만에 매출 539.7%, 영업이익 1519.3% 늘어난 것으로, 이는 서로 다른 사업 간 교차 지점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차 부회장의 지론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자체 평가다.

● 2017년 ‘산업 고도화’ 추구

전략적 차이에도 불구, 올해는 ‘산업 고도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 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 변화에 맞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환경 분석, 업무 프로세스 고도화를 통해 전반적인 영업 운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는 유통 역량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구매 환경과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차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사업구조 고도화’를 내세웠다. 가치가 높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외부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주요 골자다. 차 부회장은 “올 한해 리더들의 솔선수범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성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로 생산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