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돈 없다는 배구협회, 대표팀 마케팅 활용 왜 안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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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주장 김연경
시스템 개선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우리끼리 발버둥쳐 뭐하나’ 생각도
배구 위해 뭘 할수 있나 고민하다 9일 내 이름 건 유소년대회 열어
저변 넓히게 순수 아마들만 참여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집 근처에서 만난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9, 10일 자신의 이름을 건 ‘2017 김연경 유소년 컵대회’를 개최한다. 일본, 터키를 거쳐 새 시즌 중국 무대에 도전하는 김연경의 꿈은 언젠가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이다. 김연경은 “해외에서 배운 것을 대표팀에 접목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잘했던 선수가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을 두루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집 근처에서 만난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9, 10일 자신의 이름을 건 ‘2017 김연경 유소년 컵대회’를 개최한다. 일본, 터키를 거쳐 새 시즌 중국 무대에 도전하는 김연경의 꿈은 언젠가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이다. 김연경은 “해외에서 배운 것을 대표팀에 접목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잘했던 선수가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을 두루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숙 기간이라고요, 자숙. 조심해야 해.”

만나자마자 대뜸 앓는 소리부터 나왔다. 여자배구대표팀 주장인 ‘배구 여제’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은 최근 예기치 못한 일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출국길에서 “이재영(21·흥국생명)이 이번 대회 엔트리에 들어왔어야 했다”며 후배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 화근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재영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한 것처럼 비쳐 이재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연경은 “선수를 비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대표팀 관리 시스템을 이야기하려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 “엔트리-예비 엔트리 24명 다함께 훈련해야”

“지금처럼 대회 엔트리 선수뿐만 아니라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까지 24명 전원이 함께 훈련을 해야 해요. 감독님의 스타일, 패턴 플레이에 함께 적응하면서 대회 때마다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는 거죠. 태국처럼 유스 대표팀과 같이 훈련하는 것도 좋다고 봐요. 금세 대표팀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으니까.”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 집 근처에서 만난 김연경은 대표팀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당장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2그룹),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대표팀은 엔트리 14명을 채우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섰다. 그 결과 대회 막바지 체력 부담을 넘지 못하면서 아쉬운 성적표(월드그랑프리 준우승, 아시아선수권 3위)를 받아 들어야 했다. “월드그랑프리 때도 앞에서는 ‘우승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결승 진출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대견하다고 봐요. 이번에도 당장 황민경(27·현대건설)의 재발견이라는 수확이 있었잖아요.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구성 문제는 자연스레 대한배구협회에 대한 아쉬움으로 연결됐다. 김연경은 “대표팀 선수로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행정적인 문제가 되풀이되다 보니 ‘우리끼리 발버둥쳐 봤자 뭐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우리가 해야 한다’라고 끌고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번 재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높아진 배구 인기 속에서 막상 우리를 (마케팅에) 활용할 생각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동시에 ‘성적에 대한 착시’를 경계하기도 했다. “(아시아선수권 준결승 상대인) 태국과 최근 엎치락뒤치락하긴 했지만 0-3으로 진 적은 없었어요. 유럽 팀은 우리가 낯선 상대라 통하는 측면이 있어요. 월드그랑프리 결승에서 우리가 (예선에서 두 차례 꺾은) 폴란드에 패한 것도 패턴이 들통 난 영향이 크다고 봐요.”

○ “김연경컵 출신 선수 만나고파”


시즌 뒤 소속팀 이적, 국제대회 출전 등 쉴 틈 없이 달려온 김연경은 모처럼 맞은 달콤한 휴식 기간에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9, 10일 자신의 고향 경기 안산에서 여는 ‘김연경 유소년 컵대회’가 대표 사례다. 김연경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는데 앞으로 배구를 할 날보다 해 온 날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배구 경기를 떠나서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올해 처음 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순수 아마추어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순위 경쟁보다는 김연경과 함께하는 유소년 캠프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동료 선수들도 함께 자리를 빛내기로 했다. “엘리트 선수들 외에도 누구나 배구 선수가 될 수 있어야 배구 인프라가 넓어진다는 생각에 이번 대회는 아마추어들을 대상으로 했어요. 언젠가 김연경컵 출신 선수가 나오면 뿌듯하지 않을까요.”

높아진 인기에 지난달 화장품 CF를 촬영한 김연경은 이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도 출간할 계획이다. 배구 선수를 시작할 때부터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무대로 꼽고 있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꿈인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함을 담아 ‘아직 끝이 아니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여자배구팀#김연경#2017 김연경 유소년 컵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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