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지 않는 자의 골프 이야기]<5> ‘골프인구’ vs ‘골프인’ vs ‘골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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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서울대학교 스포츠산업연구센터와 유원골프재단이 ‘한국골프산업백서 2016’을 발간했다. 이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은 ‘골프 인구 59%가 수도권… 41~50세 최다’였다.

▷[기사보기] 골프 인구 59%가 수도권… 41~50세 최다
(http://news.donga.com/3/all/20170419/83932594/1)

기사를 보고 어떤 기준으로 ‘골프 인구’를 추정한 것일까 궁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인구는 대략 총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다른 언론 기사에서는 ‘35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골프인구는 338만 명’이라고 숫자를 명시했다.


직접 백서를 찾아봤다. 숫자는 없고 ‘약 10%’라고 쓰여 있었다. 해당 기사의 ‘350만 명’은 아마도 한국 15세 이상 인구를 대략 3500만 명으로 잡고 그 10%를 이야기한 듯싶다. 아무튼 백서에도 언론에도 정확한 기준은 없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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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골프인구’나 ‘골프인’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관한 의문을 오랫동안 가져왔다. 10년 전 골프를 이용한 스포츠마케팅 기대효과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도 각종 자료의 통계가 제각각이어서 보고서를 만드는 데 진땀을 흘렸다.

2004년 골프장 건설과 규제 완화를 추구하던 노무현 정부는 국내 골프인구가 30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당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통계청의 레저시설 이용율 자료를 가지고 국내 골프인구가 79만 명이라고 반박했다.

아마 정부는 아마추어 골퍼가 연습장을 1번이라도 간 것까지 포함한 것 같다. 반면 천 의원은 실제 골프장에 나간 횟수를 기준으로 삼은 듯 하다. 어느 기준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지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다.

최근 자료는 어떨까. 3M골프경영연구소는 2015년 한국 골퍼가 531만 명이라고 분석했다(중앙일보 2017년 7월 27일). 이 기사에서는 ‘골프인구’나 ‘골프인’이 아닌 ‘골퍼’란 표현을 썼다. 기사의 제목도 ‘골퍼 531만 명, 그중 절반은 1년에 한 번도 필드 못 나간다’였다. 즉 이 기사에서의 ‘골퍼’는 골프장 뿐 아니라 스크린골프, 실내외 연습장을 방문해 골프채를 잡아 본 사람들을 모두 포함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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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산업백서 2016’에 나온 350만 명과 3M골프경영연구소에서 추정한 531만 명은 무려 281만 명의 차이가 났다. 그 격차가 너무 커서 한국골프경영연구소라는 제3의 기관에 기준을 물어봤다.

골프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골프 인구에 관한 공식 보고서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1년에 최소 골프장에 3번’은 나가야 골프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이 기준을 대입하면 국내 골프 인구가 300만 명을 조금 넘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골프존이 조사회사 입소스와 2013년 10~11월 국내 성인남녀 5500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자. 골퍼들의 시설이용 유형을 분석한 이 자료에서 ‘필드+연습장+스크린’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2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스크린만 이용’이 21.3%, ‘연습장+스크린 이용’이 16.3% 순이었다.

놀랍게도 ‘골프장을 단 1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47.3%에 달했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의 절반이 실제로는 1년에 단 1번도 골프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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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안할 때 ‘골프인구’, ‘골프인’, ‘골퍼’는 각각 다른 의미로 써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골프 인구’는 ‘어떤 의미에서든 골프채를 1번이라도 잡아본 사람’, ‘골프인’은 ‘1번은 실제 골프장에 나가본 사람’, ‘골퍼’는 ‘골프장에 자주 나가는 사람’을 각각 지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 골프장에 자주 나가지는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골프와 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골프인’이나 ‘골프인구’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우리가 ‘야구인’이라는 용어를 쓸 때 꼭 프로 야구단에 소속된 선수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동전을 넣고 치는 야구연습장, 카드로 계산하는 스크린야구장에서 1번이라도 배트를 휘둘러본 이들도 타석에 섰을 때는 야구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또 이들이 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동전을 수거하고 스크린야구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야구인 아닐까.

마찬가지로 본인이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골프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넓은 의미에서 골프인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골프장, 스크린골프장, 골프용품 제조업과 유통업, 골프 관련 잡지나 방송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수십 만 명은 될 것이다.

실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본 적이 없음에도 골프에 관한 졸고를 쓰는 필자도 ‘골프인’이라는 범주 속에 발이라도 하나 걸쳤다면 뿌듯해 할 수 있지 않을는지. ‘골프인구’나 ‘골프인’을 지칭하는 기준을 넓힌다면 골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늘고 국내 골프 저변도 넓어질 것이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

:: 필자는?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미래연구실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프랑스계 다국적 마케팅기업 하바스코리아의 전략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마인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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