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한판]‘80일간의 세계일주’ 女배구 맏언니 김수지의 새 시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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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7월 초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부터 지난달 말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까지. 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30·IBK기업은행)는 쉴 새 없이 비행기에 몸을 맡겨야 했다. 해당기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만 다섯 번. 폴란드, 체코, 일본, 태국 등 목적지도 다양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 IBK기업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김수지는 “비행기를 얼마나 탔는지 항공사 회원등급이 다 올랐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주전 선수 중 유일하게 최근 4개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혹사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김수지는 “마지막 대회(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를 치르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포지션별 미팅의 효과가 경기 때 고스란히 실력으로 나오더라. 좋은 팀이 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유럽 팀과의 대결에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수지 스스로도 대표팀에선 없어선 안 될 선수로 발돋움했다. 마지막 대회 태국과의 마지막 경기 뒤 대표팀 동료들은 일명 ‘수지메달(팀이 승리할 때 마다 대표팀 선수들이 수훈선수에게 걸어주는 플라스틱 메달)’을 김수지에게 선물했다. 고참급 선수로 모든 대회에 출전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주장 김연경의 초,중,고교 동창인 그는 김연경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국제대회로만 거의 한 시즌에 가까운 경기를 치른 김수지는 숨돌릴 여유도 없이 14일 개막하는 프로배구 V리그 시즌에 나선다. 어느새 13년 차가 된 그에게 올 시즌의 의미는 남다르다. 자유계약선수(F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맞이하는 첫 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뒤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김수지는 “첫 번째 FA 계약 때 ‘팀에서 나오느냐 마느냐’를 고민했다면 두 번째 FA 때는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팀 구성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부분이 IBK기업은행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시즌 놓친 통합우승의 아쉬움 또한 풀겠다는 각오다.

세터 김사니(은퇴), 레프트 박정아(FA 이적)의 빈 자리로 고민하던 IBK기업은행 또한 김수지의 합류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당장 지난시즌 센터로 뛰던 주장 김희진을 올 시즌 라이트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센터의 중심은 김수지에게 맡기고 김희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국제대회 일정으로 지난달 말에서야 팀 훈련에 합류한 김수지는 “아직 올 시즌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팀에 나를 맞추는 게 먼저”라며 눈앞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디서나 환영받고 인정받는 그런 사람”이란 말에서 어느새 고참이 된 김수지의 고민이 느껴졌다. 김수지는 14일 V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친정팀 흥국생명을 상대로 IBK기업은행 데뷔전을 치른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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