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400m ‘존슨의 벽’… 17년만에 무너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아공 판니커르크 43초03 세계新
존슨 “불리한 8번 레인서… 충격적”
볼트는 “고통스럽다”며 포기한 종목

‘꿈의 기록’ 보유자 웨이드 판니커르크(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17년 만에 세계 남자 육상 400m 역사를 새로 썼다. 15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결선에서 판니커르크는 43초03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마이클 존슨(49·미국)이 작성한 세계기록(43초18)을 0.15초 단축한 것이다.

육상 400m는 가장 고통스러운 육상 종목으로 꼽힌다. 800m는 체력 안배가 가능하지만 400m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는 주니어 시절 400m와 200m를 주 종목으로 했지만 400m를 포기했다. 그 역시 고통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판니커르크는 고통을 이겨내고 17년간 견고했던 ‘존슨의 벽’을 무너뜨렸다.

그는 이날 8번째 레인에서 출발했지만 2위인 키라니 제임스(24·그레나다)를 0.73초 앞서며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방송 중계석에서 결선을 지켜보던 마이클 존슨은 “8번 레인에서 세계기록이 나왔다”며 “다른 선수들을 쓸어버린 대학살”이라고 감탄했다. 존슨은 “판니커르크는 아직 젊기 때문에 43초 미만에도 도전할 수 있다”며 “우사인 볼트가 은퇴하면 그를 잇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 격찬했다.

올해 3월 판니커르크는 자유연방챔피언십 남자 100m에서 9초98을 기록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100m, 200m, 400m를 각각 10초, 20초, 44초 미만에 주파했다. ‘스프린터 꿈의 기록’으로 불리는 대기록이다.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모두 보유한 볼트의 400m 최고 기록은 45초28이다.

판니커르크의 눈부신 성장에는 ‘백발의 코치’ 안스 보타(74·여)의 역할이 컸다. 1960년대부터 육상 코치로 활동해온 그는 2012년부터 판니커르크를 지도하며 세계 최정상 육상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었다. 나미비아의 멀리뛰기 선수 출신인 보타는 할머니 같은 따뜻함과 코치로서의 엄격함을 동시에 갖췄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한 선수가 세계기록을 작성하도록 코치하는 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보타가 보여줬다”고 전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리우올림픽#세계 남자 육상 400m#웨이드 판니커르크#우사인 볼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