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식 전문기자의 필드의 고수]에이지슛 비결은 무위자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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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이 에이지슛 인증서와 스코어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이 에이지슛 인증서와 스코어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안영식 전문기자
안영식 전문기자
골프의 강호에는 고수가 많다. 아마추어 강자들도 일단 고개를 숙이는 경외의 대상이 있다. 에이지슈터다.

에이지슛(age shoot·18홀 한 라운드에서 자신의 나이 이하 타수를 기록하는 것)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모든 골퍼의 로망이다. 기록의 특성상 인생의 황혼까지 기량과 건강을 튼실하게 유지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도 40세에 40타, 50세에 50타를 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난해 허리 수술을 두 차례 받은 타이거 우즈(41)에게는 메이저 우승보다 버거운 목표일 수 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76·이상 미국)도 2004년 한 프로암대회에서 64타를 친 것이 유일한 에이지슛 기록이다.

“나에게 골프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다. 골프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고 있다.”

64세 때 64타를 친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69). 그는 2011년 블랙스톤CC(경기 이천)에서 열린 르네상스 총원우회 골프대회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로 에이지슛을 작성했다. 그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그보다 1타 적은 9언더파 63타. 2008년 캐슬파인CC(경기 여주)에서 열린 골프헤럴드배 자선골프대회에서였다. 보기 없이 버디를 9개나 잡았다.

두 골프장 모두 코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 두 대회는 참가자가 100명이 넘고 경기감독관이 입회한 공식 아마추어대회였다. 라 이사장은 대한골프협회로부터 받은 에이지슛 인증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라 이사장처럼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 게다가 1968년 골프에 입문해 칠순을 눈앞에 둔 나이까지 꾸준히.

“한마디로 몸과 마음을 부단히 단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늦어도 티오프 1시간 전에는 골프장에 도착합니다. 샤워하고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죠. 경기 시작 전에 허겁지겁 도착해서는 결코 잘 칠 수 없습니다.”

그는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3시 반이면 일어난다. 부친 라용균 전 국회부의장의 영향으로 젊었을 때부터 그런 생활을 해왔기에 잠이 부족하지는 않단다. 요즘도 그의 운동량은 엄청나다. 기상하면 우선 실내자전거 타기 10분으로 워밍업을 하고 스트레칭을 1시간이나 한다. 쉬지 않고 팔굽혀펴기 100회, 집 부근 연습장에서 40분간 샷 점검, 오후에 2시간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 매일 그렇게 한다.

새벽 시간은 강의 준비와 집필 시간에 할애한다. 그는 현재 3개 대학 석좌 및 초빙교수로 있고, 2001년부터 통일문화연구원을 이끌며 ‘탈북 새터민 정착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 그는 골프 고수 이전에 무술 고수다. 태권도 8단, 합기도 4단, 수박도 5단이다. 수박도에서는 벽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정권으로 격파한다. 당수로 깨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면적이 넓은 정권으로 벽돌을 치면 깨지지 않고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고수여야 가능하다.

“2단 옆차기가 제 특기입니다. 지금도 일반 사무실은 천장에까지 발이 닿죠. 몸이 무술로 단련된 덕택에 원활한 골반 회전이 리드하는 큰 근육의 몸통 회전 스윙으로 두 마리 토끼(비거리+방향성)를 수월하게 잡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351야드 장타 공인 기록(2003년 중국 쿤밍CC)을 갖고 있는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300야드 안팎의 드라이버 샷을 쳤다. 요즘 평균 비거리는 250야드 정도. 거리보다는 페어웨이 안착이 중요하기에 스윙 궤도를 업라이트하게 바꿨기 때문이다.

그의 퍼팅 비법이 궁금했다.

“왼발만 약간 오픈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공은 왼발 앞쪽에 놓습니다. 백스윙은 살짝 인사이드로 하고 오른손의 감각만으로 임팩트를 합니다. 양팔과 어깨가 역삼각형을 이룬 시계추 퍼팅은 이론은 그럴듯한데 거리감 맞추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마바둑 6단이기도 한 라 이사장이 말하는 골프와 바둑의 공통점 네 가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①핸디캡은 있는데 체급이 없다. ②똑같은 대국이 없듯 골프도 칠 때마다 다르다. ③장고 끝에 악수 둔다. ④훈수를 두고 싶어진다.

라 이사장이 골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때 즐겨 쓰는 말은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다.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뜻이다. 골프, 무술, 바둑을 꿰뚫는 하나의 이치는 무엇일까.

“무위자연(無爲自然)입니다.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죠. 공이 경사면에 놓였을 때 우리 몸도 경사에 맞춰 하나가 되면 샷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식 교육이나 골프도 똑같아요. 때릴수록 엇나가는 것이 골프와 자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라종억#에이지슛#무위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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