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양동근 앞에서 누가 힘들다 하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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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들에게 모비스의 가드 양동근(34·사진) 얘기를 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말이 ‘로봇 같다’다. 30대 중반인데 어떻게 그렇게 폭발적으로 뛸 수 있냐며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는 한 선수는 “축구에서 차두리가 로봇이라면 농구에선 동근이 형이 로봇이다”라고 치켜세운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오리온의 이승현(23)은 모비스와의 경기만 끝나면 양동근의 기록을 확인한다. 골밑과 외곽을 오가는 플레이로 경기 때마다 체력 소모가 많은 이승현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동근이형은 거의 40분을 다 뛰어요. 형 앞에서 제가 어떻게 힘들다고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한다.

양동근은 지난 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장해 경기당 평균 34분 56초를 뛰었다. 프로농구 현역 선수를 통틀어 그보다 더 많이 뛴 선수는 없었다. 국가대표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느라 뒤늦게 팀에 합류한 올 시즌에도 13경기에서 평균 35분 51초를 뛰고 있다. 이번 달에는 두 차례나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양동근은 프로에 데뷔한 2004∼200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9시즌 연속 평균 30분 이상을 뛰었다. 2011∼2012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이 37분을 넘었다. 강철 체력이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프로 구단 코치들은 “양동근을 더 많이 뛰도록 하기 위해 양동근의 전담 수비수로 빠른 선수들을 기용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 만도 한데 양동근은 더 생생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주축으로 팀 득점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으로 옮긴 것도 양동근에겐 부담이다. 힘들어도 경기 마지막까지 코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양동근의 체력을 수치로 측정해본 적은 없지만 코트에서의 활동량을 보면 1명이 아니라 2명이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양동근의 강철체력은 철저한 몸 관리에서 나온다. 몸의 중심인 허리 근육을 보강하는 훈련을 충실히 하고, 피로 해소를 위해 매일 구단 사우나를 찾는다. 양동근은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는 시간도 늘렸다.

솔직히 양동근에게 이번 시즌은 벅차다. 양동근은 “이제 다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이 잘 안 된다. 요즘 같아서는 농구를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천하의 양동근이라면 주희정의 기록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삼성의 가드 주희정(38)은 1997∼1998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14시즌 동안 평균 30분 넘게 활약했다.

양동근이 허재 전 KCC 감독처럼 39세까지 매년 경기당 30분 이상만 뛰면 주희정의 기록과 같아진다. 양동근에게 물었다. “허재 감독처럼 오래 뛰어야 하지 않느냐?” 양동근의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허재 형님은 전설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양동근이 주희정과 허재를 넘어 새로운 전설을 쓰길 기대해 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양동근#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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