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필적]〈7〉최고를 향한 의지 담은 정주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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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를 바꾸고 싶고 따라 쓸 글씨를 찾고 있다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글씨를 추천하고 싶다. 우선 ‘口’자의 오른쪽 위는 모가 나지 않고 마지막 부분을 굳게 닫는 것은 부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모나지 않은 오른쪽 윗부분은 틀에 박히지 않고 융통성이 있어서 혁신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는 고정관념을 깨는 창조적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ㅁ’의 굳게 닫힌 마지막 부분은 절약, 완성, 빈틈없음을 의미한다. 그가 입고 다닌 옷은 춘추복 한 벌이었고, 구두가 닳는 것을 막으려고 굽에 징을 박았다고 한다. 국내외 재벌 1세의 글씨들을 분석해 보면 빈틈이 없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고 절약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주영의 글씨는 모음의 세로선이 유난히 긴데 이는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음의 가로선 마지막 부분의 삐침은 강한 인내력을 뜻하며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적당히 보고만 받는 일이 없었다. “쓰러져도 현장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모든 중요 현장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그는 종종 임직원들에게 “성공하려면 목숨을 걸 정도의 정열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ㄷ’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가파르게 올라가서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조선소 건설 자금을 빌렸던 데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주영은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ㅎ’과 ‘ㅊ’의 위 꼭지 부분이 두드러지게 큰 것은 최고가 되려는 의지가 강함을 뜻한다. 정주영의 글씨를 보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글씨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적절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덮어놓고 덤벼들라는 게 아니다. 무슨 일이든 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으면서 밀어붙이라”고 말하곤 했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필적#글씨체#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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