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의 전쟁史]<55>회색 유령과 패튼 장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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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당시 기병대의 능력은 남군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로버트 리 장군의 총애를 받았던 잽 스튜어트의 기병대는 전술 능력에서 북군 기병대를 농락하며 신출귀몰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전쟁 후반에 가면 북군도 기병대 능력이 일취월장해져 스튜어트를 격파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남군이 수세로 몰리자 잔존한 남군 기병대에서 게릴라전에 달통한 부대들이 등장했다. 특히 북군으로부터 ‘회색 유령’이라 불린 존 모스비 대령과 그의 레인저 부대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군을 농락하면서 기동전과 비정규전의 신화를 썼다. 북군 사령관이었던 그랜트도 그의 능력과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대담한 기갑전술로 영웅이 된 조지 패튼 장군은 어린 시절에 노인이 된 모스비를 만났고 그로부터 전쟁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군사학자들은 패튼의 기갑전술에 모스비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모스비와 패튼의 관계는 ‘청출어람’의 본보기다. 그러나 아름다운 격언은 세상의 반쪽이다. 푸른색에서 꼭 남색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스튜어트나 모스비의 활약에 고무돼 남군에는 많은 유격대가 탄생했다. 그중 20대 청년 윌리엄 퀀트릴이 조직한 유격대도 있었다. 유격대라고 하지만 이들은 군의 명령체계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무법자 집단에 가까웠다. 결국 마을 주민 100여 명을 몰살시키는 학살 사건도 벌였다.

종전 후 퀀트릴은 추격대의 총을 맞고 체포됐다가 부상 후유증으로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간신히 몇 명의 생존자만 살아남았는데, 그중 하나가 서부 개척시대의 유명한 갱인 제시 제임스 형제였다. 그들은 유격대에서 익힌 수법으로 열차와 은행을 털었다.

선한 것에서 선이 나오고 악한 것에서 악이 나온다면 우리는 명쾌하게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고, 인류는 오래전에 세상을 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에 인류는 올바른 선택을 위해 매일매일 고민하고, 시간과 공간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잽 스튜어트#회색 유령#조지 패튼#제시 제임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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