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결대로 살아야 행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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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노각나무

‘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노각나무.
‘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노각나무.
차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노각나무는 줄기가 ‘해오라기의 다리’를 의미하는 한자 ‘노각(鷺脚)’에서 유래했다. 노각나무는 왜가릿과 해오라기 다리의 흐린 세로무늬와 작은 얼룩점처럼 홍황색의 얼룩무늬 껍질이 특징이다. 노각나무의 줄기는 배롱나무의 줄기처럼 매끈하다. 매끈한 노각나무의 줄기는 성장하면서 껍질이 벗겨진다. 껍질이 벗겨진 줄기는 마치 모과나무의 줄기처럼 무늬가 생긴다. 중국에서는 노각나무의 매끈한 줄기를 강조해서 이 나무를 ‘비단나무’, 즉 ‘금수목(錦繡木)’이라 부른다. 노각나무는 줄기만큼 꽃도 매력적이다. 노각나무의 꽃은 부모인 차나무 꽃을 닮아 하얀색이다. 꽃이 진 자리에 맺는 열매는 꽈리 모양을 닮았다.

노각나무의 학명(Stewartia koreana Nakai)에는 이 나무의 특성을 알려주는 정보는 없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명 중 종소명 ‘코레아나(koreana )’에서 보듯이 노각나무는 우리나라 원산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경북과 충북에 자생하는 노각나무를 ‘조선자경(朝鮮紫莖)’이라 부른다. ‘붉은 줄기’를 의미하는 자경은 노각나무의 줄기를 드러낸 이름이다.

노각나무의 학명을 붙인 나카이(Nakai)는 우리나라 식물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일본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1882∼1952)은 우리나라 식물의 학명을 가장 많이 붙인 학자이며 우리나라 식물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노각나무와 개나리를 비롯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에 학명을 붙인 나카이의 업적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물식민정책’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식물식민정책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노각나무의 무늬는 ‘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결은 타고난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물결, 숨결, 살결 등의 단어를 사랑한다. 누구나 결대로 살길 원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엇결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결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있는 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어떤 경우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당당한 자세는 행복의 원천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차나뭇과#갈잎큰키나무#노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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